버지니아 울프는 아니지만
휴직 후 다시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제 시제 관련 표현을 배우던 중, 선생님이 나의 하루 일과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수업 시간에 오간 대화다.
선생님: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요?”
MM: “보통 7시 10분 전쯤 일어나요.”
선생님: “아침을 먹나요?”
MM: “네. 보통 따뜻한 오트밀을 만들어 먹어요.”
선생님: “아침 먹고 나서는 무엇을 해요?”
MM: “항상 걸으러 나가요.”
선생님: “몇 시에 나가요?”
MM: “보통 9시쯤이요.”
선생님: “얼마나 오래 걸어요?”
MM: “보통 30분에서 40분 정도요.”
선생님: “집에 돌아오면 남은 아침 시간에는 무엇을 해요?”
MM: “이메일을 확인하고, 그다음에는 글을 써요.”
선생님: “작가세요?”
MM: “아니요.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최근에 작은 책을 하나 썼어요.”
선생님: (웃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아니더라도, 매일 글을 쓴다면 작가 맞네요!”
휴직 후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나는 늘 “무직”이라고 대답해왔다.
몇 년 전 처음 휴직을 했을 때 요가지도자자격증을 따고 잠시 요가를 가르쳤고,
작년에는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책 한 권을 번역했다.
하지만 지금은 요가를 가르치고 있지도 않고, 번역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요가 강사라고 하기도, 번역가라고 하기도 어딘가 애매하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있지만,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그리스어 선생님의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매일 글을 쓴다면 작가 맞네요.”
사소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은 내 안에서 맴돌았다.
생각해보니, 직장생활을 할 때도 내가 가장 즐기던 업무는 글을 쓰는 일이었다.
각종 보고서, 브리핑 자료, 상사의 연설문과 토킹 포인트까지.
비록 건조하고 딱딱한 문체였지만, 문장을 다듬고 구조를 잡는 일이 나는 싫지 않았다.
정체성은 거창한 타이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행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돈이 되지 않더라도,
명함에 적히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인지도 모른다.
일단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브런치 작가가 아닌가.
오늘만큼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