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콘텐츠에 푹 빠져 지낸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내가 유럽에 처음 왔던 23년 전만 해도 한국에 대한 무지는 일상이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북한이 있기에 덩달아 언급되던 남한,
북한과 남한을 구분하지 못하던 유럽인들,
설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었던 나의 나라.
그 속에서 나는 여러 번 작아졌고,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새 판이 바뀌었다.
최근 몇 주만 보더라도,
케이팝 데몬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아카데미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골든(Golden)’ 공연을 바라보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
브리저튼 시즌4 의 여주인공을 전략적으로 한국계 배우로 선택한 제작진,
그리고 이어진 배우 하예린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BTS 복귀를 기다리는 전 세계의 분위기까지.
이제 한국은 설명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모르면 바보인 나라가 되었다.
한국어는 배우고 싶은 언어가 되었고,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이제 한국어 학원들은 선생님이 모자랄 지경이고 웨이팅 리스트까지 생겼다고 한다.
덴마크에서는 한국 여행의 수요를 고려해 코펜하겐-서울 직항을 개설했다.
타지에 살면서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나의 자존감은 유럽에 오래 살면서 많은 시험을 당했다.
이제는 괜히 어깨가 펴지고, 서서히 사라졌던 당당함이 생겼다.
종종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를 스스로 한심하게 볼 때가 있다.
그런데 K콘텐츠를 보는 시간만큼은 다르다.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이고,
어딘가 작아졌던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이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조금만 더 일찍 이런 시대가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기에,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이 변화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