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다

매번 반도 채우지 못하고 버려지는 다이어리

by Mimyo



그저 우울한 어느 날의 일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날 혼자 두지 마
아니 그냥 내버려 둬
아냐 사실 잘 모르겠어
나도 날 잘 모르겠어
- 2018년 1월 4일 발매된 [ EP ] 일기


위 노래는 박소은 님의 '일기'라는 노래다. ( 참고로 이 앨범은 전 곡이 명곡이니 추천드린다. )

꿈을 포기해버리고, 그렇게 원하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래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일 하기 싫지만 조금의 용돈이라도 벌고자 일해야했던 그때의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준 노래여서 하루에 10번 이상씩은 들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점점 나는 정신이 아슬아슬해져 누군가가 내 옆에 필요한 때였지만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 친구들은 만나주지 않았고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땐 친구들이 만나자고 했다. 굉장히 모순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어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밤만 되면 자책감과 외로움에 젖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수첩과 다이어리에.



작년에 쓴 다이어리 중 가장 빼곡히 적었던 위클리.



매일 일기 쓰는 방법


다이어리는 회계 정리나 매일 뭐 했는지 간략하게 적었고, 블로그는 내 감정을 정리하고 누군가 봐주었으면 할 때마다 썼다. 그리고 수첩은 정말 우울해서 견디지 못하겠을 때 울면서 상처들을 적어나갔다. 조금이나마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었기에 글을 적음으로서 방어 요소로 삼았던 거 같다. 누구한테 말도 못 하니 이렇게 적지라도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울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다이어리는 작심삼일에 그치는 정도였으나 오롯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니 인생을 돌아볼 때 너무나 소중한 요소가 되어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쭉 2년 동안 일기를 써올 수 있던 거 같다. 그리고 어떻게 써왔는지 떠올려봤다.


매일 구체적으로, 자세히 쓸 필요 없다. 매일 힘주어서 쓰면 포기하는 이유가 된다.

오늘 내가 했던 행동 중 좋았던 음식, 공간, 말 등은 꼭 적어놓는다.

3-4일 밀리더라도 그 날 무엇을 했는지 폰 갤러리나 지인과 한 카톡을 찾아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생각했을 때 별거 없던 하루는 그냥 별거 없게 적는다.

중요한 약속이나 회계정보도 같이 적어놓는다.

버킷리스트를 적어놓는다.


정말 별거 없는 비결이다. 나보다 깔끔하고 예쁘게 글을 써놓는 ( 블로그든, 다이어리든 ) 사람들은 무수히 많지만.. 금방 싫증 내는 성격에 꽉 채운 다이어리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하는 게 좋겠다.



일기를 쓰면 좋긴 좋을까?

노래 가사처럼 난 혼자 있고 싶으면서 외로웠다. 그건 자존감이 낮아서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으면 주관도 뚜렷하지 못하고 감정이 왔다 갔다 해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즐겁다가도 덜컥 겁이 나는 순간들이 생겨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권태가 생긴다. 그렇다고 혼자 있다 보면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고 안정감이 들지 않기 때문에 텅 빈 방 안에 혼자 남겨진 거 같아서 슬퍼진다. 일기를 쓰고 나름 가치관과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혼자 있는 시간에 외로워지면 예전에 올렸던 내 글들을 보아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보다 더 진정성있는 나를 보며 존경스럽기도 하고, 흑역사를 보며 이불을 뻥뻥 차기도 하지만 어쨌든 '혼자 여서 외롭다'라는 감정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높아졌다. 그리고 혼자 영화나 책을 보고 나면 일기와 블로그에 적을게 많아져 즐거운 마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찾게 되기도 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자신의 글을 공유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시중에 많은 책들도 각각 작가의 성격이나 말투, 가치관이 듬뿍 묻어나서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파악할 수 있듯이 일반인들의 글도 똑같다. 심지어 sns만 봐도 말이다. 나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을 읽는 것도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게 읽어줄 테니 한 두 개쯤 보여줘 보자. 이렇게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좀 더 글을 정성스럽게 적을 수 있게 된다. 또 , 굳이 타인에게 보일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생각하고 글을 쓰면 나중에 내가 다시 읽었을 때도 소중한 글이 된다. 그럼 또 나에 대한 애정이 증가하게 되더라.


일기를 쓰다 보면 나를 객관적이게 볼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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