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무기로 삼지 마라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by Mimyo


아침에 일어나 곱게 정리한 이불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그런 생각을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겠지
이렇게 살다 보면

-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EP [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


내가 우울에 치달을 때마다 이불속에 폭 들어가서 이어폰을 끼고 이 노래를 무한반복으로 들었었다.

죽음을 망설였던 이유는 아마도 죽음이라는 선택지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결과의 대한 허무감이 들 때면 정말 세상에 사라지고 싶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안 좋은 습관 중 하나인 ' 과거에 갇혀 살기 '를 아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잘못된 결과의 탓은 과거로 돌아갔고 세상과 남을 탓하려고 하면 죄책감이 쌓여 결국 칼날은 나에게로 돌아와서 천천히 능지처참을 하고 있었다.





[나의 스무 살]에서 적었듯, 어쨌든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어 여러 방법을 동원하며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니체는 말했다.

' 자신을 알지 못하면 사랑을 사랑으로서 느낄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먼저 스스로를 아는 것부터 시작하라. '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부터 이유를 찾아보았는데 정말 사소하고 아기자기한 이유들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채의 그릇이나 물건을 보면 여러 가지의 색들이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게 좋아서, 하늘색에서 노을질 때 핑크빛으로 물들어 갈 때는 그 날의 하루가 정리되고 사랑스러워지는 거 같아서, 옷이나 화장품 또한 여러 가지 색으로 나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등등등.


어떻게 보면 뭉뚱그려서 '그냥'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를 찾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깊이가 생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떠한 것을 좋아한다고 할 때, 이유가 궁금해지고 또 알게 되면 그를 존중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이런 사소한 것을 생각하다 보면 그 날은 우울한 생각을 상대적으로 적게 하게 되었다.

우울감을 없애는 방법은 정말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말들이, 모든 우울증 극복 관련 책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 도움이 안 될뿐더러 지루하고 싫었다.

그래서 더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우울감을 이겨내려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의지'였다.


솔직히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는 사람이라면 우울증 극복에 대한 글을 찾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울증에 걸려 힘든 사람들에게 좀 더 쓴 이야기를 하자면,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약함을 합리화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쁜 의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엄청난 우울감에 휩싸였었고 합리화했던 사람이었기에 할 수 있는 소리다. 어쩌면 흔히 이야기하는 중2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었음 했고 누군가 이걸 해결해주었으면 했다.

근데 이렇게 문제를 안고만 있자니 발전도 없고 더 아파져 왔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지쳐가고 나를 대하기 어려워했다.

약하고 아파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지금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치료를 당장 시작해라.


상담받을 시간이 없다고?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서 공부하고 책이나 영화라도 많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다고? 그럼 자신이 영감을 받고 행복을 받는 무언가를 해라. 그게 무엇이든.

그런 걸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고? 물론 그런 사람도 진짜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왔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핑계가 아닌지.

어쩌면 내가 이 우울증이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더 위안 삼고 방어하는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조금 강하게 이야기한 건 아닌가 싶지만, 예전에 나처럼 흔한 위로의 문구에 질린 사람들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적었고, 무엇보다 어떻게든 이겨내지 않으면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 이어진다는 걸 경고하고 싶었다. 바로 '건강'이다.

건강으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진 케이스다. 그것도 파릇파릇한 20살부터. 위와 장이 뒤집히고 하루에 한 번은 겔포스를 먹지 않으면 속이 쓰렸고 새벽에 위경련이 오질 않나 장에 가스가 심하게 차서 열까지 나고 구역질이 나고 병원에 갈 정도였던 데다가 빈혈 때문에 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어지러워서 힘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아파서 병원을 갈 때마다, 주위와 병원에서 듣는 소리는 이 젊은 나이에 왜 이렇게 골병이 드냐는 거였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먼저 반응이 오는지라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더욱 몸이 쓰레기가 되어간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에 영향이 올 정도까지 정신질환이 심해지지 않았으면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건강이 안 좋으면 돈을 써야 하고 돈을 쓰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건강에 영향이 오는 악순환이 반복이다.

이 이유만 들어도, 본인이 왜 우울에서 벗어나야하는지 느껴지지 않는가? 우울의 부모도 아니고, 아파서라도 계속 끌어안고있고 싶진 않을 것이다.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를 매일 밥 먹듯 생각했던 사람이 살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기쁨을 찾게 되었고, 타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스트레스를 다루고 침착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살고 싶은 이유도 많아졌다. 유명한 책 중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라는 책도 있듯이 살아있는 사람 중에는 살고 싶지 않을 리는 없다.

아까부터 거듭 이야기한 중요한 '의지'는 자연스레 갖게 되는 기회가 온다. 극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아무리 생각해도 난 살고 싶은 이유가 없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한 걸음 걸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살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 없었다.라고 고민을 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로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도 극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면 된다. 자신의 약함을 이젠 내려놓고 강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까지 나도 완전히 극복한 자는 아니기에 나 또한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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