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이렇게나 많은 천장이 있는데 -
난 본격적으로 우울을 이겨내고자 했을 때 , 어떤 상담사 언니와 무료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 날은 , 가장 정신 상태가 안 좋은 날 상담을 한 날이었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언니는 소위 말하는 사이비 종교였었고 결국 멀어진 사이가 되었지만 이때의 나의 질문의 대한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상태가 '괜찮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모르겠던 나는 , 언제 괜찮아지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만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상단의 질문을 던졌다. 언니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차분히 읊조리듯 이야기해주었다.
괜찮다는 건... 다시 같은 일을 겪었을 때 , 전처럼 똑같이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거예요.
이 말을 듣고 깊이 새겼다. 그리고 그런 내가 될 수 있을까 집에 가는 길에 계속 되뇌었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생각해봤다.
항상 결과만 중요시 여겨온 내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내가 정말 객관적으로 '최고' 이거나 내가 최고라고 '합리화'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면 내 노력들을 무시하고 추억으로 여기는 척하면서 찝찝한 기분으로 살았다. 게다가 내가 어딜 가서 최고였던 적도 없다. 그러니 만족 못 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들이 무수히 많이 떠오르게 되더라. (흔히 흑역사라고들 한다.) 남들이 나에게 해준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합리화하는 도구로 쓸 정도로 그 시절 난 너무 어렸다. 그렇게 감정이 부서지는 일들을 겪거나 , 내 자신이 나를 부수려고 할 때 아픈 감정과 몸을 추스르지도 않은 채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나중에 억눌러놨던 압박감이 몸속 깊이 스며들어서 결국 똑같은 배신, 차별, 착각 등으로 인한 일들을 겪었을 때 난 ' 괜찮지 않았다. ' .
지금까지 짧지만 굵었던 내 인생을 돌이켜보니, 항상 무슨 일이든 심하게 다치더라도 부딪히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면 더욱 강해져 있는 나를 , 어른스러워진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했던 건 이렇게 강해지는 것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크게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이렇게 스마트한 세상이지만, 사람의 진심과 감정을 타인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다. 전달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기도 어렵다. 이건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적용했을 때도 똑같다. 하지만 더더욱 그렇기에, 그래서. 나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잘 돌봐줘야 하는 것이다. 내 감정이 어떤지 명확히 바라보고 올바른 선택지를 고르기도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 감정이 정말 어떤지 알고자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더라. 내가 힘든 일들을 겪을 때마다 ' 버텨냈다 '라고만 생각했지 ' 성장했다 '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내가 아픔을 인지하고 , 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비로소 정말 ' 괜찮은 상태 ' 가 되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약이 되려면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내가 상처 받은 부분에 있어서 계속 마음만 꾹 닫고, 하나의 가치관만으로 굳혀 외곬으로만 살아가면 성장하지 못한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 사실 단순한 건 아니다.
우리 팀장님은 아주 훌륭한 마인드를 소유하신 분인데, 개인 면담 시간 때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있다. 어리고 약한 나의 성장을 기원하며 해주신 말씀인데, ' 스스로 천장을 두지 마라. ' 였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 각자 천장이 생기지만 그것을 스스로 미리 만들고 못 한다는 , 안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버리면 정말 그 정도에 갇혀버려 천장에 닿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디 스스로 천장을 두지 말라고 하셨다.
조언을 듣고 나는 감동했고, 동감했다. 또 현실은 천장을 부수기란 ,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고 , 그렇기에 천장을 부쉈을 때 더 큰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따금씩 다시 우울해지려고 할 때 , 이전과 비슷한 일을 겪어 상처를 받을 때 , 다시 생각한다.
' 내가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 마음껏 아파해야지. 그리고 이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
이제 어떻게 하면 내가 성장을 하는지, 똑바로 일어설 수 있는지 알겠더라. 그래서 나는 점점 더 ' 괜찮은 ' 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 괜찮지 못한 사람들이 그 상태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똑바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