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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Nov 03. 2020

행복은 살아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기를

세상을 떠난 그들은 행복하지 않기를.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그동안 게을렀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겠다.

핑계를 대자면 무기력했고, 그게  일상이었다.

그래도 이전처럼 죽고 싶단 생각은 좀 덜 들었다.

아니, 오히려 더 살고 싶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기 싫었으니까.


또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떠돈다.

그게 되게 감미롭게 내 일상에 감돌다가, 멈춘다.


"  살아있는 사람들이 멍청하게 되었구나. "


나 또한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했던 생각이 어떤지 알지만

결국은 시도조차 못한 내가 멍청하고 바보같이 느껴진다.

표현이 격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혼자서 감히 위로하고

애도하고 헤아릴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다가... 부러워하게 되는 그런 생각들이 담긴 뜻이다.

이 글을 쓰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을 정도로.


내가 지금 살아있고 싶어서 살아있나?

아니, 죽고 싶지 않아서 살아있나?

이런 의문을 갖는 것도 이제 무의미할 정도로 삶에 정이 들어

이제는 먹먹한 눈물밖에 흘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스스로 내 목을 죄어 죽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자리에 영혼은 가고 육체는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도

그 자리에는 무거운 책임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평안할까? 안녕할까?

그래서 더더욱 죽음 뒤에 고요함만 있었으면 한다.

이미 가버린 그들이 그곳에서 더 안녕하길 바라기 때문에.




삶은 조금은 순진하고 바보여야지만 행복하다.

대부분은 죽은 사람들이 바보고 살아있는 게 똑똑하다고들 하지만

지능이 낮으면 행복하지 않고 지능이 높아야 질이 높은 행복을 추구한다지만

그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

아래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조울증, 정신분열증인 엄마가 하는 대사다.


'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경우는요, 행복의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요, 대부분 바보 천치예요. '


인간이란 존재는 행복의 깊이, 불행의 크기를 재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자신이 만든 지옥으로 빠지고

또는 타인으로 인한 언행과 상처로 가고 싶지 않은 지옥을 오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이 사람이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과 똑똑함으로 인해 그런 것이다.

바보는, 그런 거 모른다.


애초에 행복이라는 감정은 무릇 사랑과 종교와 같아서

그 자체가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그저 '생각' 만으로만 판단할 수 있다.

행복의 질과 크기를 비교하는 사람 자체는 애초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바보들은 그런 거 모른다.

그저 '내가 행복하다.'라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깊이, 무게, 질 그딴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바보고 멍청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생각만이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수많은 밤
아침만을 기다려왔어
모든 게 잘될 거야 우린 너무 돌아왔어
매일매일 괜찮기만 기도해
무뎌지려 해 봐도 상처는 낫지 않아
유령에 쫓겨도 가는 거야
가야만 해

그럼 살길은 또 생겨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 행복해

사랑은 고통임을 다 알지만
우린 사랑해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빛' 넘버

가사를 다 쓰진 못하지만 이 넘버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동시에 내가 땅에 발을 붙이고 살 이유를 만들어주는 노래다.


사랑=행복=고통이라고 동일하게 이퀄을 매기는 나로선

스스로 죽은 그들에게, 죽어서도 행복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고요함뿐이기를.

행복은 살아있는 멍청한 사람들만 느낄  있는 감정이기를.

더 이상 똑똑해서 세상에 져버리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럼에도 이따금씩 고요해지고 싶은 내가,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몸이  건강해질  없는 상황에서도,  편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글을 읽던 읽지 않던 그대들이 살아있으니 행복함을 느낄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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