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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Jun 27. 2022

가난하고 싫은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냄새나고, 벌레 나오고, 물이 새는 넌더리 나는 삶



주말 동안 집을 비웠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갑자기 중간층인 우리 집 주방 천장에

물이 뚝뚝 떨어져 주방이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주말 동안 감사하게도 사업 관련 많은 문의가 들어와

그것만 생각하고 제작하기에 벅찬 날인데,

마냥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던 날이었는데,

정말 이성의 끈을 놔버리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침착하게 집주인분께 연락을 드리고

정말 찝찝한 그 물들을 닦아내면서

어쩜 그 짧은 이틀 사이에 비집고 곰팡이가 금세 생겼는지 공포감과 혐오감을 삼켜냈다.


그래도 깨끗이 모처럼 청소했다 생각하고

기분 좋게 빨래를 하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역시나 또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 탓에

작업물 모두 맘에 들지 않아

시간과 재료들을 낭비했다.


설상가상 작업 중 정말 뜬금없이 천장에서

작은 좀벌레가 떨어져

벌레 공포증이 있는 나는 놀람과 동시에

이 삶에 대한 넌더리와 혐오가 더 강해져

단숨에 벌레를 죽여버렸다.


-


꿉꿉한 이불, 집안 냄새를 빼기 위해

하루 종일 향을 피워도


축축하게 젖은 천장을 외면해도


어느 집을 가던 불쑥 나오는 벌레도


대체 언제쯤 이 더러운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겪은

이 더러운 냄새

이 더러운 벌레

이 더러운 천장 물


그 안에 더럽게 썩어 가는 내 시체는

언제쯤 문드러져 사라지려나,

끝없이 쏟아지는 피곤함과 어깨 뭉침과 목 결림은

대체 언제쯤 펴지려나

매일이 아득하고 빛이 보이는 듯 부서질까


어떤 이들에겐 내 삶이 풍족해 보이고 자유로워 보이고 사랑받아 행복해 보일 텐데

왜 나는 만족을 못하는 것이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비교하며

한참은 부족하고 거지같이 느껴지는지..


이런 이야기들 모두 ,

내가 삶을 살아내면서 느끼는 구역감들을

연인 , 가족 , 친구에게 토해낼 수 없다.


그들은 내가 힘들 때 말하라고 하지만

결국 내가 이런 소리하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말의 길을 잃고

더더욱 나를 그런 아이로 바라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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