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 먹고살지?
포기의 짐이 이렇게 무거운 지 몰랐다. 습관이 잘못되면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가 생기는 것처럼 이미 나의 무능력함을 맛 본 뒤로는 무언가 시도하는 것조차도 두려워지는 못된 습관이 되어 짜증 나게 일상 속에서 통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무작정 기대고 싶어 진다. 온갖 영상매체나 글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그들은 어떤 꿈을 꾸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움을 구하고 싶어 지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의 강도가 세질 때마다 백수를 해버릴까 충동도 생긴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다 보니 요즘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엄청난 열정이 생기는 것을 공부하고 시도하고 싶을 뿐인데 '그것'이 안 생겨서 미쳐버릴 지경이다.
그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아무거나 다 시도해보라는 사람들의 말에 다 시도하려고는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도 계획을 못 잡고 황금 같은 여가시간 ( = 퇴근 후 시간 )을 심심한 순간들로 보내고 있다. 무료하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애매한 그런 상황.
사실은 좀 바보 같은 고민 중이다. 내가 지금 시작한 일은 최소 5~10년을 해서 전문성을 갖춘 , 내 기준으로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여유가 있는 , 매일매일 일을 해도 질리지 않고 눈 뜨는 게 즐거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고 고민이지만 난 학교 다녔을 때 이런 싱싱한 감정으로 눈 뜰 때가 좋았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행사가 있지, 방과 후엔 뭘 연습하지, 주말엔 어디로 놀러 가지. 하며 우울증은 있었다 해도 꿈이 있고 즐거운 일들이 차고 넘쳤기에 그때가 그립다.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징징대며 뭐 해 먹고살아야 내가 행복할까 빙빙 돌아가는 거 같다. 하물며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것 또한 성장통이겠거니.
시간도 굉장히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달 프로젝트 일이 너무 바빠서 힘든 것도,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서도, 이삿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가 싶지만 이젠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져 쉬는 것도 오래 쉬고 싶고 여행도 오랫동안 가 있고 싶다. 횡설수설 정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나날들이다. 그래도 매일 밤 이렇게 고민을 한 결과 이사 후에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꽤 있는데 잘 실천되게 빨리 마음을 잡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마치면서도 또다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물음에 뭐라고 답할까.
" 뭐 해 먹고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