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반복되어서 결국 나를 만든다
언제나 '시작'으로 인해 변화해 나갔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땐, 너무 소심하고 너무 줏대가 없어서 짝꿍의 하인 그 자체가 될 정도였다. 충격적이겠지만 8살 나이에 8살에게 성추행도 당했었고, 그럼에도 찍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소외되는 친구들을 챙겨주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나까지 배제하고 욕하게 되어도 어느 한쪽도 놓지 못하는, 끙끙 앓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 자체였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가 되었고 흔히 말하는 중2병이 몰아쳤기 때문에 엄청난 센 척과 하지 말아야 했던 나쁜 짓들도 꽤 저지르고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전도로 첫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봐주는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다니며 서로 신앙심도 좋아지게 되었고,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중순쯤 문득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살아봐야겠단 생각이 정말 강렬하게 들었다. 지금까지도 그때만큼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든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뒷자리만 고집하고 수업은 대충 듣고 공부라곤 하나도 안 했던 내가, 갑자기 맨 앞자리를 고집하기 시작했으며 매 수업시간마다 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소외되는 친구들, 무서운 친구들 가리지 않고 골고루 친해졌으며,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2학년 때부터 반장을 도맡아 했으며 많은 선생님들에게 믿음을 받았다. 성적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좋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나를 깎아내리거나 혼내는 사람도 없었다. 교회에서도 회장, 성가대, 밴드, 행사 준비 등등 거의 모두 리더가 되어 활동하게 될 정도로 미친 듯이 활발하고 성실하게 살게 되었다. 그리고 내 꿈이 너무 명확했기에 진학할 학교도 가고 싶은 학교로 준비해서 비록 원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합격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이때가 내 첫 전환점이었다. 계기는 정말 단순했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딱히 염려하지 않았다. 많은 친구들, 어른들의 기대를 받는 건 너무 행복했고 자존감이 올라가 내 꿈이 어렵더라도 성격 상 이뤄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시작'이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톡톡 튀는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유지하기엔 어려웠다. 물론 고등학교 생활도 어쩌면 중학생 때 보다 성실하게 활동하고 훌륭한 성적, 성과들을 내고 색다른 경험들을 접해 후회하지 않지만,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 사이에서 주눅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전처럼 먼저 나서는 일은 적었다. 여전히 많은 도전을 했었지만, 어릴 때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고 그 도전의 끝이 어쨌든 기쁘다거나 후련하지만은 않았다. 그때부터 절망도 함께 시작되었다. 우울증이 악화되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꿈이야 다시 꾸면 되고, 친구는 다시 사귀면 되고, 목표야 다시 세우면 되는 건데 내가 과거에 원하고 원할수록 멀어져 가는 것들이 곱씹어보니 많았다는 것, 그리고 너무 소중했던 전무후무한 것들이어서 트라우마로 남아 사람이든 목표이든 선을 먼저 긋고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날들에 대해 희망을 가져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시 시작했다. 포기했던 꿈 관련된 취미도, 이렇게 글 쓰는 것도, 블로그를 작성하는 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그림도.. 역시나 무엇하나 간단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도전들을 하면서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하다는 장점발견과,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이 되었다. 그것을 경험이라고 불러 다른 것을 시작할 때 좀 더 수월하게 해주는 윤활제 역할이 되어주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상당히 큰 자극이고 변화라고 생각하기에 내 본연의 모습이 깎여지기도 하고, 덧붙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내 경험 속에서 성격이라던지 외관이라던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가만히 얻게 된 건 하나도 없었다. 모두 시작과 도전으로 인해 변화했다.
도전이나 시작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내 불안함이 일깨워지는 순간이 오면 나는 주춤하게 된다. 주춤하게 되면 다시 움츠러들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내가 되어 현재처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 요 며칠간 그림도 그리지 않고 있고, 글도 적기 어려워 블로그를 적는 것도 힘겨웠다. 그게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든 무언가 자극이 되어서겠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전에 게으르던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도전의 기회가 있을 때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 말의 증거는 바로 이 글이고.
항상 계기는 단순하게, 모자란 나일 때 도전이 시작된다. 그로 인해 변화하는 내 모습이 위에 내 학창 시절처럼 너무 행복할 수도, 암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른 시작을 했을 때 알 수 있는 판단이다. 그래서 아직은 절대 나를 판단할 수 없기에 나는 계속 도전할 것이다.
지금처럼 마음이 지칠 땐 조금 쉬어가야 하겠지만, 너무 늦지 않게.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