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이긴 초코빵

흘러내린 초코빵

by 강 작가

2026년 2월 22일 오전


XX 고등학교 1학년 6반 반장.

강 작가.


인생 첫 감투다.
‘강’ 씨라 맡게 된 임시 반장 타이틀 덕에 얻어걸린 자리였다.


기뻤다.
특별함과는 거리가 먼 내가 반장이라니.


하지만 그 말을 부모님께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집에 웃음이 없었다.


우려하던 날이 왔다. 운동회.


피자, 햄버거, 치킨, 그리고 콜라.
적어도 1인당 이천 원.
45명 학급이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며칠을 고민하시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정말 미안한데…
우리는 네가 좋아하는 초코빵이랑 우유로 하자.”


아파트 초입 작은 빵집의 700원짜리 초코빵.
그곳에서 가장 비싸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 빵이었다.


평소에는 쉽게 사 먹지 못했다.
어머니는 “비싸다”며 망설이셨고,
나는 유리 진열장 너머로 그 빵을 오래 바라보곤 했다.


그때의 초코빵은
가끔 허락되는 작은 사치였다.


그런데 운동회 날,
그 사치는
우리 집 형편이 되어 있었다.


반장을 괜히 했나.
아이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1년에 한 번뿐인데.


그때의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의 갈등 속에서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에게

초코빵을 건네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


초코빵 700원, 우유 300원.
500원만 더 보태면 햄버거를 줄 수 있었다.

그 생각이 며칠을 떠나지 않았다.


“1학년 6반 이겨라!”
“와! 점심시간이다!”


어머니가 가져다주신 초코빵과 우유를 나눠줬다.
뜨거운 햇볕에 녹은 초코가 친구들의 입가를 덮었다.


“반장! 초코빵 진짜 맛있다!”
“내가 먹어본 빵 중에 제일 맛있어!”


왼손에 햄버거, 오른손에 치킨을 든 다른 반 아이들을
힐끗 보던 내 시선을

친구들이 알아챘던 걸까.


이유가 어찌 됐든
친구들은 웃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녹아내린 초코처럼
내 마음도 조금은 풀어졌다.


그날 나는
이천 원을 쓰지 못한 반장이었지만

그날의 초코빵은

가난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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