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불러버린 호칭

두 번째 부모가 생겼다.

by 강 작가

2026년 2월 27일 오전


2005년 6월.


이날 나에게
두 번째 어머니가 생겼다.


그리고 며칠 뒤,
두 번째 아버지가 생겼다.


같은 달이었지만
같은 날은 아니었다.


첫 번째 날.


아버지는
재혼할 분을 소개해 주셨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보다 먼저 보였던 건
말끝을 흐리던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어색한 인사.
억지로 만든 웃음.


아버지와 누나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아버지랑… 재혼하시는 거죠?”

잠깐의 침묵.


“그럼 제 어머니가 되시는 거네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속이 저릿했다.


‘어머니’라고 부르면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말했다.


“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그날 나는
엄마 대신
아버지를 먼저 생각했다.


두 번째 날.


이번엔 어머니였다.


또 가기 싫었다.


그런데
주저하는 어머니의 눈이
먼저 보였다.


어머니와 누나가
자리를 비웠다.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했다.


“어머니랑 재혼하시는 거죠?”

“그럼 제 아버지가 되시는 거네요.”


목이 메었다.


‘아버지’라고 부르면
아빠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덧붙였다.

“우리 엄마… 많이 힘드셨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지.”


눈물이 났다.


그날 나는
아빠 대신
어머니를 먼저 생각했다.


나는 왜
매번 내 마음보다
부모의 마음을 먼저 살폈을까.



배신처럼 느껴지는 호칭을
굳이 먼저 꺼냈을까.


나는

누군가를 잃는 것보다
누군가를 더 아프게 만드는 게

더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먼저 불러버렸다.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나에게는

두 번째 부모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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