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불신과 연민

by 강 작가

2026년 2월 27일 점심


2009년 4월 14일.


“작가야.

고모들이 집 명의 확인해 보래.”


화가 났다.
오늘은 장례 1일 차였다.


“작가야.
이리 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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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

등기목적 : 소유권 이전
접수일자 : 2009년 4월 14일
등기원인 : 증여

소유자 강○○(말소)
소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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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명의의 집이 장례 중에
새어머니 앞으로 넘어가 있는 거지.


장례 첫날이었다.


그렇게
아파트를 둘러싼 싸움이 시작됐다.


“돈이 급하게 필요해서 집을 처분해야 하는데
딸이 일본 유학 중이라 같이 못 온다고 하셨습니다.”


명의 변경을 처리한 법무사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저며왔다.


2009년 6월.


“이 집은 너희 아빠가 나한테 준 거야.
너희한테 아무것도 못 줘. 당장 나가.”


그리고 덧붙였다.


“너희 아빠랑 나는
이혼하기 전부터 서로 사랑했어.
내가 아이도 두 번이나 가졌었어. 알아?”


“너희보다
나를 더 사랑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2009년 7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 앞에

우리 짐이 나와 있었다.


아무리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날
나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내쫓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2009년 9월.


재혼 전 자녀가 살던 집
6천만 원 지급.


조정.


끝.


2009년 12월.


“너희 새엄마… 돌아가셨다.”


암이 재발했다는 말.
치료를 거부했다는 말.

아버지 따라간다고 했다는 말.


나는 그 전화를 끊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010년 1월.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르바이트 사장님에게
내가 한 말이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에게 말했다.


“아버지랑 새어머니는
정말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내가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무엇을 남긴 걸까.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과

그래도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었을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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