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1일 차

by 이민호

11월 마지막 날 아침은 개운하지 못했다. 눈이 반쯤 감긴 이유는 내가 눈을 뜨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전날 먹은 야식 때문에 퉁퉁 부은 눈이 알아서 반쯤 감기게 해 준 덕이다.

덕분에 내가 하고자 했던 여럿 일들, 개인적으로 지속해오던 일들을 하지 못했다.

- 월요일 아침 7시 30분 Hermay의 전화영어 벨소리를 듣지 못한 일

- 매일 오전에 읽어 온 1개의 영자신문 Article을 찾는 시도 조차 하지 않은 일

- 자고 일어난 자리의 이불을 얌전히 개어 놓는 일

- 창문을 열고 아침 풍경과 함께 아침 공기를 맡는 일

- 그리고 이것저것

보통 오전 루틴들이 정해져 있는데, 어제는 반쯤 감긴 눈 때문인지 거의 모든 루틴들을 해내지 못했다.

우웩. 오늘 생각해보니 어제의 나는 게을렀구나.


그런데 이상한 건 마음은 오히려 편안했다는 것. 몇몇 일들은 허전하기도 했지만, 다른 몇몇 일들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습관이 덜 들었나 보다. 아니면 은근히 내적 스트레스에 휩싸여 저 자신에게 잘 해내 오고 있는 척을 했나 보다.


그래도 명백한 사실은 어제 하루는 몇 개의 루틴이 빠졌고, 덕분에 여유로웠고, 덕분에 다른 많은 것들을 했다.

- 새로 다듬은 머리를 더 예쁘게 만진 일

- 빨리 준비하고 매번 타던 택시가 아닌 여유롭게 버스를 탄 일

-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10초에 한 번씩 코를 곤 일

- 그리고 이것저것


여유롭게 사는 이들이 말하는 여유로운 삶이 이런 것인가. 생각 미니멀리즘이 이런 것인가.

어제의 내가 마음만큼은 오히려 편안했던 건은, 무념무상했기 때문인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해야 할 일들만 착착 해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끔은 날 더 여유롭게 한다는 것이 이런 건가.


1일 차의 어제가 미니멀한 하루로 바뀌어, 1일 차의 오늘은 넉넉한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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