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5일 차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상대에게 중요하듯,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가 나에겐 중요할 법도 하다. 그런데 내가 딱히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면 나는 꽤나 상대방의 세세한 프로필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해내는 일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
어제도 나는 나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전공이 무엇인지,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이전에 물었던 질문들을 또다시 묻곤 대답을 듣고 나서야 또 물어봤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나는 그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아닌데.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것도 까먹는 게야”
내가 듣기 무서워하는 말 중에 하나다. 나는 나름 주변인들 가운데 섬세한 성격에 속한다. 그렇지만 내 기억력만큼은 섬세하지 않은 듯하다. 정말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것도 까먹는 건가.
근데 억울하다. 신경을 안 썼다기엔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내 머릿속 디스크는 남들과 다른 모양인 가봉가, 왜 기억을 못 하는가.
이런 나를 알기에, 기록을 습관화했다. 캘린더 없이는 일주일을 편히 보내기 힘들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모두 적혀있으니 말이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곰곰 생각해봤다. 나는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은 사람인 듯하다. 기억할 것들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핑계 같은 건 아니다.)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것들에 신경을 써볼 생각이다. 방법은 찾아보아야겠지만, 새로운 다른 것들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을지라도, 기존에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도록.
- 그러려면 일단 소주를 줄여야 하려나.
5일 차의 어제, 잃어버린 소중한 프로필들, 5일 차의 오늘, 그것들을 지켜낼 용기와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