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6일 차

by 이민호

서른 즈음이었던 2020년이 끝나간다. 이제 정말로 서른이 되는 2021년이 3주 앞으로, 코 끝에 닿아있다.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연말에 꼭 해보는 것이 '베스트나인(BestNine)'인데, 어제 나는 그걸 기어코 연말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해버렸다. 어쩌면 나는 그리 쉽사리 지나가지 못한 2020년을 하루빨리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 혼자 이번 해가 이렇게 지나갔다, 마무리했다, 이런 해였다, 하는 의미를 두고 싶었는지도.


저물어 가는 것일까, 베스트나인을 매년 할 때마다 점점 내 얼굴보다 추억들로 대체된다. 예전엔 그리도 셀카를 많이 찍어 올리고 좋아요도 많이 받았었는데, 어언 몇 년간은 내 얼굴보다 내 시선에 담긴 것들을 찍어 올리곤 했었다. 얼굴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괜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께 내 동생이 국가고시를 봤다. 4살 차이 나는 내 동생은 작업치료 전공자다. 남자 간호사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더이다. 과에서 1등 하네 2등 하네 이런 경쟁을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전공 공부가 썩 마음에 들긴 한가보다. 아무튼 간에, 어제 국시가 끝난 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기말고사 때문에 다시 학교를 가봐야 한다고는 하지만, 국시 끝난 자신이 매우 후련하다고 한다. 맞아, 나도 그랬었지.


뭐랄까, 이런 내 동생이 살짝 부러웠던 것 같다. 이게 국가고시를 해낸 내 동생이 부러운 것일까, 어려서 무언가를 성취해나가는 동생의 앞날이 부러운 것일까. 서른은 아무래도 힘겹구나.

나도 4~5년 전에는 저런 시절이 있었으나, 글쎄,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보다는 한참 어리고 어리다. 수없는 시간 속 지금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의 경험과 생각과 가치관과....... 아 수없이도 많구나.


내년이 서른이라고, 주변 동생들에게 매달 1명씩 계란 1판(판당 30개씩 들은 달걀)을 선물하라며, 내년엔 계란 살 돈은 아낄 거라며, 빽빽 거리던 나를 기억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나로 돌아가라고 하라면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난 예전의 나에 비하면, 지금 내가 참 괜찮다. (자랑 같지만 자랑 맞다.)

나이를 먹고 30대 되고, 40대가 되고, 50대.... 가 되고... 하는 게 무섭기도 서럽기도 하겠지만은, 매일매일을 쓸모 있게 써나가면 지금 이 순간처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의 나 자신이 좋다는 그 마음 그대로일 수 있겠지 한다.


6일 차의 어제, 나이 먹는 서러움과 6일 차의 오늘, 나이 먹어도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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