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9일 차
오늘의 글까지 정주행을 해왔다면 느끼겠지만, 나는 평소에 쉴틈 없이 무엇이든 손에 붙잡고 있는 사람이다. 쉬는 것의 미학을 그리도 매번 깨달으면서도, 결국은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 홀로 마음먹고 '무언가를 시작해놓고 보는 성향'이라는 거다.
이번 주에는 이슈가 많다. 신경 쓸 일도 많고, 코로나 19로 취소되어 수습해야 할 일도 많고, 그리고 주말에는 시험 하나를 쳐야 하기에 보아야 할 문서도 많다. 이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하는 이번 주, 특히 어제의 나는, 조급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 왔던 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는데, 결과만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결과'가 이 모든 노력의 평가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나 자신만의 싸움이기에 '대충'한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독자 중 누군가는 '그럼 내가 하는 일들을 착착 제대로 해내면 되지 않겠느냐' 생각하겠지만, 이런 것들이 단지 '하나 둘'이 아니라면 과욕이 불러온 '조급함'이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대곤 한다.
다시 말하자면, '어제의 나는 조급했다.'
"정작 토요일에 봐야 할 시험의 기본서도 한번 정독해보지 않았다니.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살다가는 여럿 벌여놓은 것들을 아무것도 해내지는 못할 것 같아" 조급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의 유사한 상황이 떠올랐다. 그때는 어떻게 해냈는가. 지금보다도 훨씬 해내야 할 것들이 많았었는데, 비슷한 조급함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잘 해냈던 것 같은데.
어차피 이렇게 될 바엔 다 버리고 토요일의 시험만을 집중해볼까 생각했다. 퇴근 후 저녁을 후다닥 먹고, 3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기본서만 읽었다. 어렸을 적 속독 학원을 다니며 글을 빠르게 읽어내는 연습을 해온 것이 여기서 큰 도움이 되더이다. 아무 생각 없이 기본서만 읽으니, 예상과는 달리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안 풀리던 연습문제도 술술 풀리더이다. 답이 뭔지에 집착하며 예민하게 풀어냈던 그저께와는 달리, 이 학문과 실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떠올리며 차근차근 풀어냈던 어제였다.
조급함은 어쩌면 '생각과 행동을 온전히 다해내지 못하고 있기에 생기는 감정'인 듯하다.
조급하지 않다는 것은 시간이 넉넉한 것이 아니었다. 조급하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조급함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생각만 늘어놓고 정작 온전히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앞으로 찾아올 수많은 조급한 순간들에 있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해낼 생각은 있는지, 그리고 해내고 있는지, 온전히 빠져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겠다.
9일 차의 어제, 수많은 걱정 때문에 '해야 할 일 투성이'로 느끼기만 한 조급함이, 9일 차의 오늘은 하나씩 온전히 행동하면서 느낀 '잘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