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8일 차

by 이민호

어제 어머니와 대판 싸웠다. 싸움의 주제는 어머니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어머니의 신경을 쓰는 나 자신이 갑자기 신경 쓰였나 보다. 예민했다.

어쩌면 이건 어머니가 사랑을 표현하는 남다른 형태다. 그리고 이 남다른 형태가 어머니의 성향과 성격에 가장 잘 맞는 형태이기에, 어머니 자신도 이런 남다른 형태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고 몸에 밴 일인 것이다.


30년 가까이 이런 '틀' 안에 살아가는 것이 편하면서도 불편했다. 정해져 있는 틀을 따르는 일에 익숙하다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은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성인이 되기 전 어머니의 울타리에서, 정해진 길을 걸어온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지금의 나를 만든 대부분의 에너지는 모두 어머니로부터 왔다. 특히 나의 머릿속을 채운 많은 교양들, 눈칫밥, 그리고 무언가를 조리 있게 표현하는 의사소통능력 같은 것들은 모두 어머니로부터 잘 길러진, 지난 울타리 속 가르침 덕분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보다 현명하고, 예리하고, 정돈된 나의 어머니이기에, 한참 부족한 내가 하는 많은 것들에 흡족함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제의 싸움의 발단에도, 그저 냉장고에 있는 정사각형 용기에 담긴 총각무김치를 찾지 못해 헤매는 나 때문에 시작되었다.

나는 나대로 사랑받고 싶었고, 엄마는 엄마대로 사랑 주고 싶었다. 어제의 나는 그리도 '틀'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하는 사랑이 당연히 '틀'의 모양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을, 왜 그리도 '틀'을 벗어나고 싶다고 소리쳤는가.


요즘 우리 아들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틀에 익숙해온 어머니와 자식이 서로 틀을 벗어나면서 느끼는 감정 같은 거다. 최근 나는 이 '틀 밖'을 익숙하길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 당신이 함께 경험시켜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이제야 꾸역꾸역 해내는 중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과정에서 어머니가 '틀 밖'의 이야기로 신경 쓰실까 되려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묻기만 한 일인데, 그저 곱씹은 것뿐인데, 되려 내가 '틀 밖'의 일을 해내고 있는 일을 어머니에게 부끄러워했는지도 모른다. - 어머니의 틀이 아닌, 나 혼자 해내고 있기에


틀을 틀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머니의 남다른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머니의 나쁜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틀 밖의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부끄러워하고 예민하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에게 날 이해해달라고 소리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늘부터,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기로 했다.


8일 차의 어제, 왜 어머니의 틀에 날 두는지 벗어나고 싶었지만, 8일 차의 오늘, 얼마나 어머니가 날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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