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53일 차

by 이민호

몸에 독이 되는 것이 쾌감은 좋다고 했었나. 술이든 담배든 잠깐의 쾌락을 위한 것들이 어느 시절에는 큰 행복을 주는 수단이 되기도 했었다. 사실 지금도 약간의 술은 꽤나 요긴한 소확행을 주긴 하는 듯하다.


최근에는 몸이 한결 가볍다. 술 같은 독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요깃거리를 잠시 줄인 덕분이다. 일주일에 7번을 초과하여 술을 마셔왔던 지난 날에 비하면 사람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확실히 줄인 모양이다.


코로나다 뭐다 하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 오히려 만나는 시간을 내는 것이 더 귀찮아져 버린지도 모른다. 독과 같은 것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이 패턴을 잃어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 것이다. 소확행을 거스를 정도로 독을 제대로 독으로 인지하고 있나보다.


그저 바르게 살고 있는 지금이 주는 잔잔한 쾌락이 있다. 집돌이 집순이들이 느끼던 그 쾌락이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평생 집돌이라는 말을 내 이름 옆에 내 입으로 붙일 일은 죽어도 없을거라 느꼈는데, 요즘은 집 밖에 수없이 많은 독들이 내 주변을 침범하는 일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영 나도 집 밖의 체질이 바뀌고 있나보다.


53일 차의 어제도,

53일 차의 오늘도,

나는 집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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