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55일 차
어제는 밤 열 시가 넘어서 매운 국물 떡볶이를 먹었다. 주문할 때 무엇을 먹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야식인데 맛있는 것을 가장 최선의 맛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름이 응급실인가 뭔가 하는 떡볶이를 먹었다. 이름만큼이나 맛이 아주 훌륭했다.
훌륭하다는 말은 매우 맵다는 말로 쓰였다. 맛 단계도 여러 개가 있었는데, 부상 맛, 중상 맛, 이런 식으로 응급실에 실려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고작 2단계였던 중상 맛에 나는 머리가 어질 했다. 같이 먹은 형은 콜라를 사 오겠다며, 배달 음식도 귀찮다고 안 내다본 형이었는데, 내 재킷을 빌려 입고 편의점을 기꺼이 다녀왔다.
매운 것을 신나게 먹긴 했다. 그러나 오늘이 고통스럽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다음 날의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어제의 매운맛이 오늘의 쓴 시간을 만든다. 매번 매운맛에 손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때마다 이런 시답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내일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을지, 화장실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해도 될지,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낼만한 가치와 편익이 있는지, 아 매운맛 또 땡긴다.
55일 차의 어제, 그렇게 맵게 당하고도, 55일 차의 오늘, 그렇게 매워서 아픈 배를 움키면서도, 매운맛을 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