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긍정에 대하여], 60일 차
소개팅의 핵심은 갭(Gap)을 줄이는 것이다.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실제로 만나기 이전에 기대하던 것과 실제로 만났을 때 느끼는 것과의 불가피한 차이를 일컫는다. 그 차이는 사진과 실물에서 올 수도 있고, 글로만 보던 그 사람의 문체와 만났을 때의 그 사람의 말투에서 올 수도 있다.
어제는 내 동네 친구 김 모양이 소개팅을 한 날이다. 하루 전부터 이 소개팅을 가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진이며 말투며 만나지도 않았는데 그가 자신에게 해대는 것들이 너무 부담스러웠단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좀 그런 편이긴 한 것 같다.
소개팅을 마치고 10시가 넘어서인데, 나를 불러낸다. 나에게 온 ‘나와’라는 메시지를 내가 읽지도 못하게 한다. 읽기도 전에 전화를 해서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기 이전에 마지막 만남을 그 사람으로 하고 싶지 않다며 나를 불러냈다. 귀찮다는 말을 몇 번을 토해냈지만, 결국 옷을 대충 입고 아파트 단지로 나가 그 친구를 만났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이제는 살짝 불쌍한 느낌도 들었다. 거절을 할 줄 모르는 내 친구의 성격 때문에 불편하고 심기가 불안해도 그저 좋은 척 괜찮은 척하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말이다. 어떻게 이 상황을 마무리해야 하는 지도 나에게 물었다. 족집게 강사라도 되 듯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같이 시나리오까지 짜 댔다. 그렇게 어제 12시까지 왁자지껄 했었다.
모든 것들에 처음은 이런 갭 때문에 당황스럽다. 실망감이랄까 비참함이랄까 두려움이랄까. 하나의 감정만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애초에 우리는 기대를 덜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런 실제에 대한 포용력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갭을 당연스럽게 여기고 감정이 요동침을 대비해야 할 것인가.
60일 차의 어제, 소개팅은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60일 차의 오늘, 그런 갭에 대한 실망이든 뭐든 소개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