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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by 김민 Mar 24. 2025

으스스 한기가 찾아들면 몸의 추위보다 

언제 마음이 가장 추울지 되짚어 봅니다.

스스로 목표를 잃어 헤맬 때일지

누군가가 곁을 떠날 때일지

육신의 근원이 영혼의 여정을 가는 때일지

존재 가치를 잃고 사라지고 싶을 때일지

그런 경우, 제 마음의 추위가 어느 정도일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하염없이 베푸시는 사랑을

땀을 흘리듯, 눈물을 쏟듯, 피를 흘리듯

체온을 잃듯, 의욕을 잃듯, 힘을 잃듯

바람이 새듯, 공기가 얼듯, 그 얼음에서 김이 피듯이

그 사랑을 조용히 거두신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자아마저 찾을 수 없고

단지 절망 속에 웅크린 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요.


아, 왜 그 느낌을 어렴풋이라도 가늠할까요.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어렴풋이 알고 있음도 두렵습니다.

더 선명해질까, 더 또렷해질까 무섭습니다.

그 느낌이 드는 느낌마저 흔적조차 사라져 더는 느낄 수 없기를.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소망합니다, 으스스 한기가 찾아들면

차라리 몸만 추워서 다행이라고 쭉 안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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