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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은 빛이어도

by 김민 Mar 24. 2025

저녁 무렵 별 하나를

섣불리 부르지 않게 하소서.

어린 꿈나무가 

수억 번의 발길질과

수억 번의 활 질과

수억 번의 붓질로

마침내 반짝이는 별이 되듯,

수많은 날을 견디고

수많은 땀을 흘리고

수많은 눈물을 닦기까지

참게 하소서.


저녁 무렵 별 하나에

섣불리 의미를 담지 않게 하소서.

마침내 또 하나의 별을 만나고,

그 별들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더욱더 찬란히 빛날 때까지.

별자리가 되고

별 무리가 되고

은하수가 되고,

저 별 하나에서

우주의 한쪽 끝이라도 더듬을 때까지

기다리게 하소서.


저 빛에서 

이름과 패턴과 사실과 진리를 만나

비로소 의미를 찾게 하소서.

위대한 당신을 만나

아주 작고 초라한 나를 알게 하소서.


저 빛이 비록 수억 광년 전 이미 죽은 빛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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