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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Jul 24. 2023

언제까지 한 명의 담임이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나요

초등교사의 죽음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교사들이 분노하냐구요?

교직에 갓 입문한 아기 선생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렸다. 나 또한 작년 한 해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정말로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 직업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사람으로 그녀가 동료교사들에게 말했다는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어요.”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가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우리 학교가 방학식을 하던 그 날,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학교에서.      


분명히 뭔가 알리기 위해,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학교라는 장소를 택한 것이 다른 노동 분야에서 분신자살을 한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됐다. 그 와중에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교실의 준비실이라는 공간을 택했다는 것도 얼마나 아이들을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나 싶은 대목이고.    


단순히 초등교사의 죽음이 이렇게나 분노할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뉴스에 나왔던 특수학생이 선생님을 때려 상해를 크게 입힌 사건도 같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더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내가 될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분노하는 것이다.  


출처: YTN 기사([사회]'초등교사 사망' 추모 행렬...장관-교사 긴급 간담회 | YTN)


00년생, 꽃다운 스물 세살에 삶을 등져버린 아기 선생님도 차라리 휴직을 하거나 정 아니면 사표를 내고 의원면직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또한 갓 대학교를 마치고 교직에 막 들어선 그녀에게 얼마나 어려운 선택이었을까 싶다. 그녀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길이 초등교사였다면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그만둘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학교 현장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되고 더 이상 자신처럼 힘들게 담임이 모든 걸 떠맡으며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걸까. 그래서 자신의 죽음을 통해 너무도 문제가 많고 심각하게 붕괴해버린 학교 현장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걸까.      


너무나 안타깝지만 숭고한 죽음으로 인해 이제야 이렇게나 무너진 학교 현실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녀가 바란 게 이것이 아니었나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고 참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이 든다.      




악성 민원을 넣는 상식과 개념이 없는 학부모만 문제일까? 교사들이 힘든 것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그 현실에 짓눌리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바꾸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담임교사로 궁지에 몰려 악성 민원 받이로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우리의 선배인 교장 및 교감선생님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주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던 좋은 관리자 분들은 우리 담임교사의 애환을 진심으로 들어주시고 우리의 힘듦을 공감해주셔서 학부모님들에게 강하게 또는 분명하게 되는 선과 무리한 요구를 구별해서 선을 그어주셨다. 존경하며 감사하다고 퇴직 시에 인사도 드렸었고. 


그게 아니라면 나몰라라, 최대한 뭐 민원 안 생기게 대처하라는 식으로 은근슬쩍 발을 빼버리는 경우이며 이 경우 담임교사는 정말 막막함과 서운함과 분노를 느낀다. 본인들이 학교 관리자로 있을 때 문제 없이 퇴직해서 안정적으로 연금 받고 살겠다고 저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선생님들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여하튼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학교 일을 하다 보면 애매한 지침은 지역교육청의 장학사에게 항상 물어보라는 것이 학교의 풍토인데, 지역 장학사도 애매한 것들은 책임지기 싫으니 더 높은 도교육청에 문의하라고 한다. 도교육청에서도 안되면 교육부로 문의를 하라고 하고.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말해줄 수 없거나, 또는 이렇게 추락하는 교권의 현실 속에서 법적으로 마련된 장치가 없으니 유야무야 그런 핵폭탄 학생과 학부모를 떠맡은 건 네 운이니 알아서 하세요,와 같은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작년에 학교 일로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힐 때 왜 아이들을 위한 상담사나 상담소, 각종 제도는 있으면서 교사를 위한 상담사와 제도는 없는지 너무 막막했다. 매일 혼자 견디고 또 견디며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정신과에 가게 되었고 의사선생님의 도움으로 적절한 약을 처방받고 교사 일을 이어오고 있다. 상담도 따로 받고 싶었지만 금액이 너무 비싸서 박봉으로 감당할 수가 없어서 시작할 엄두도 내질 못했다. 사기업에서 일하는 내 친구들을 보면 상담이 복지로 지원되는 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우리 아기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현장을 바로잡도록 제발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언제까지 한 명의 담임교사와 그 희생으로 어려운 학교 현장을 감당하라고 떠밀 것인가. 현실적으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좋은 교사들도 머지않아 다 소진되어 학교를 떠날 것이며, 너무나도 훌륭한 아이들이 교직의 뜻을 접게 된다. 이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현실성 있는, 교사도 숨 쉬고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지도하며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현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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