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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May 23. 2024

두근두근 태국 파견교사 라이프

프란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거다!' 한창 고등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마무리로 혼이 나가게 바쁘던 12월 중순, 우연히 두 눈을 사로잡는 공문을 발견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 아태교육원(UNESCO APCEIU) 주관하는 2024 다문화가정 대상국가와의 교육교류 사업 파견교사 선발 공고. 교사가 되기 전에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항상 파견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나로선 외면하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정신없이 바쁘던 중 짬을 내어 영문 및 국문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했고, 서류 통과 연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을 보고 파견 교사에 선발되었다.


파견 교사의 범주는 유초중등, 특수까지 굉장히 넓었다. 파견 대상 국가는  7개국. 몽골,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해당 국가였다. 각자 3순위까지 지원이 가능했지만 어느 국가로 파견이 될지는 교사들의 학교 상황과 파견 가능한 학교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아태교육원에서 적절하게 배치를 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선호 국가로 적었는데 함께 태국 파견 교사로 선발된 선생님들의 지망 국가를 들어보니 태국이 들어가있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이어진 1박 2일간의 연수에서는 각자 파견국가에 대한 교육 환경에 대해 배웠고, 기타 범 아시아 문화 및 관점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월 초에 합격 소식을 듣고 5월 중순에 상반기 국가의 막바지 파견을 나오게 되었는데, 학기를 시작하며 담임을 맡으면서 파견 준비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았다.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의 허락과 너른 아량이 있어야만 파견을 나올 수 있는데, 나 또한 3개월의 공백이 달갑지 않으실 상황이지만 흔쾌히 교사들의 발전과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주시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는 좋은 관리자 님들을 만나서 운이 좋게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5월 중순에 파견을 나가야 하는지라 나의 공백이 예상되었지만 학교의 담임 일손 부족을 메꾸기 위해 자원해서 담임 자리를 맡았다. 매일 변동이 생기는 아이들의 출결을 챙기면서(출결은 챙겨야 할 자잘한 서류 일이 정말 많다. 담임할 때 가장 번거롭고 힘든 일은 단연코 출결 작업이라 생각한다.) 상반기 수행평가 하나까지 끝냈다. 또한 수행평가를 마친 2학년 교과 및 3학년 교과의 과세특을 어느정도라도 적어두고 오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파견이 임박해서는 정말 정신이 없이 일을 해야만 했고, 그 덕분에 어느정도 대강의 마무리는 해 둔 채로 태국으로 떠나올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 남아 나의 빈자리를 흔쾌하고도 넉넉히 채워주는 선생님들께는 고맙고도 미안한 감정이 가득하다는 점이 여전히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들의 스승의 날 전야(?) 케이크와 꽃다발 그리고 편지! 정말 덕분에 내내 따뜻한 하루였다. 정말 정말 고마웠다!



우리반 아이가 손수 만든 간식 선물. 학교 선생님들과, 그리고 새로 만나게 된 파견 선생님들과 알차게 나눠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을 연발했다. 



마지막 출근일이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날. 내게 슬쩍 다가와 하나씩 건네주고 간 아이들의 편지. 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해서 정말 너무 감동이었다.





나는 7년 전인 2017년에 태국 방콕에 소재한 유엔 에스캅(UNESCAP,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서 1월부터 6월까지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태국으로 파견될 지는 미처 몰랐는데 태국이 다시 한번 나의 파견지가 되다 보니 태국과 정말 인연이 있나보다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작년 기 파견자 선생님들의 연수를 들으면서 가장 큰 차이를 피부로 느낀 것이 있다면 그건 근무 환경과 복장 및 업무 문화였다.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유엔은 아무래도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한 데 뒤섞여서 일을 하다 보니 글로벌한 마인드와 에티켓을 장착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의사소통을 한다면 태국 현지는 아무래도 현지 문화가 절대적인 베이스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미소의 나라 답게 항상 미소를 띠고 있지만 거절 시에도 미소, 곤란할 때에도 미소, 좋을 때에도 미소 등등... 미소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점이었고, 싫은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단 미소로 해결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 굉장히 새로웠다. 또한 일 처리가 상당히 느릴 수 있다는 것도. 내가 유엔에서 인턴을 할 때는 태국인 스탭분들이 굉장히 빠르고 적극적으로 일처리를 해주셔서 늘 항상 굉장히 스피디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다르다고 하니 긴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출근할 때는 무조건 무릎을 덮는 길이의 치마를 입어야 하고, 신발 또한 발 앞부분을 덮고 발가락을 가리는 신발을 신고 수업에 임해야한다는 점 또한 상당히 생소하게 다가왔다. 또한 요일별로 행운의 색과 불운의 색이 정해져 있어서 만일 월요일의 불행의 색을 입고 출근한다면, 현지 선생님들이 내게 말을 안 건다거나 할 수 있다는 문화들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6개월간의 태국 인턴 생활으로 태국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모르는 게 많구나! 싶은 마음에 긴장도 되고 어떻게 학교 출근을 준비해야하나 걱정되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또 와서 보니, 정말 그 복장은 틀린 것이 없었고 나는 오늘 부족한 출근복을 사러 로따(로투스 tesco lotus를 '로따' 또는 '로따시'로 부른다)로 향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물론 근무 시에는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진 않았지만 더운 여름에는 거의 시원한 바지만 입고 출근했었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옷들 중 여기의 용모 단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옷은 딱 세 벌 밖에 되지 않고, 출근을 하면 아침부터 더운 날씨로 인해 온 몸이 땀에 절어버리기 때문에 세탁 텀을 고려하면 단연코 입을 옷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핑계고 그냥 콧바람을 쐬고 싶어서 또 나가본다!


앞으로 3개월 간 근무하게 될 학교. 복도를 따라 쭉 늘어선 건 아이들의 신발이다. 왼쪽은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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