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워가며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다. 매우 힘들고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발자국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같은 상황을 겪고, 같은 경험을 해도 개개인이 받아들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번 태국 생활만큼 온 몸으로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르다고 생각만 하고 살았지, 그게 내 삶으로 체감이 크게 되는 상황 등을 애시당초 구태여 만들며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가 반응하는 방식과 말과 행동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를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한다고? 이걸 이렇게까지 반응한다고? 왜? 라고 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여전히 지금도 서로의 행동과 그 행동에 깔린 사고 회로를 우린 서로 온전히 납득되게 몸으로 이해하진 못한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을 뿐.
처음엔 서로가 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서로가 서운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포인트들을 서로가 더 이해하지 못했다. 여전히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아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로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신 서로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뿐이다. 그게 최선이니까.
우리의 이정도까지 다를 수 있다고?하는 것은 사소한 사건에서 촉발된 말싸움(서로 언성은 그렇게 높이지 않았으나 이것은 싸움이 맞다고 생각한다)에서 비롯했다. 아무튼 그 상황에서 나와 상대가 서로 느끼는 사건의 중요도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격렬한 대화가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생각과 그렇게 생각하던 이유를 끊임없이 나눴고, 나는 감정과 공감이 더 중요한 사람이고 상대는 상황에서의 타당성 및 위계가 더 중요한 사람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어제 서로 '와.. 그 상황에서도 그럴 거라고?', '왜?'를 반복했는데 이건 둘의 사고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전히 쓰다보니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긴 글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이 치열한 몇 시간의 진 빠지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서로의 다른 사고 회로와 기전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단 것이다. 이건 확실한 거고, 진짜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비슷한 상황에서 이해가 안된다는 시각이 더 컸었는데 말싸움 이후에 이어진 진지한 장시간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그냥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동료를 넘은 친구라고 해야할까, 여하튼 친구도 마찬가지로 내 사고 회로를 머릿속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고.
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그런 평을 많이 해줬기에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물론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해가 쉽지 않으니까 어느정도로 사람을 규정해두고 그 안에서 이해하고 대처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또 이번처럼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찌됐든 협력해서 잘 지내고 살아야 하며, 또한 서로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기반이 되어있음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나도 빨리 적응을 하면서 최대한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잘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긴 한데, 내가 더 이상 이 사람의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냥 이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정말 받아들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가 봤을 때 우리는 우리를 죽을 때까지 서로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만큼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서로 잘 지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가 부단히 정말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사고 방식과 문제 해결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조율을 나름대로 하면서 서로가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제처럼 또 한번 서로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도 반드시 있고 그 때엔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지만 상대는 직면하고 해결하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스타일이고, 이런 상황들을 서로가 피할 수는 없고. 난 이제 이런 일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몇 번의 이런 순간이 더 있지 않겠냐고 얘기를 나눴다. 정말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다. 이렇게나!!!
난 만일 그런 때가 또 발생한다면 그 때는 이번보다 좀 더 쉽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친구는 늘 이런 순간들이 아프고 쉽진 않을 거라고 했던 것 같다. 아, 더이상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생각이 다른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과정은 정말 너무나도 진이 빠지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다른 서로를 또 이해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분명 의미있는 시간같기도 하다.
자기 합리화이겠지만 이 참에 내가 약한 부분을 트레이닝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면하고 맞서기. 내게 약한 부분을 또 강화하는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경험이 정말 적은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도, 나도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당연히 이런 애씀이 필요 없으니 더욱 편한 게 당연지사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또 한 팀으로 맺어진 건 다 의미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도 돌아보니 이렇게까지 누군가와 내내 같이 붙어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집도 같아, 직장도 같아, 일도 같이 해.. 가족도 이렇게까지는 안 붙어 있으며, 가족도 이렇게까지 붙어있으면 싸울 수 있는데 이렇게나 제한된 척박한 환경에서 이렇게 지내온 것이면 난 둘이서 정말 최선을 다해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내내 늘 모든 것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때때로의 이런 언쟁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거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번의 이 말싸움(?)을 통해 오히려 이 친구가 내 마음 속에 스윽 자리를 좀 잡은 것 같기도 하다. 둘이 맞춰간다는 게 참 쉽지 않은데, 그래도 이 과정 중에 우리 서로가 성숙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번 시간들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사람들로 거듭나는 우리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