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비행기에서 내렸다.
돌아가고 있던 시계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8시간, 새로운 위도와 경도에서 내가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렸다.
아직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것 밖에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새로운 좌표 위라는 것만으로도 설레기 시작했다.
내가 가본 해외여행은 가까운 일본과 중국.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나에겐 사실 장시간을 구름을 뚫고 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항상 새로운 것, 모험을 꿈꿔왔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에 머무르고 싶었고 친근한 것들은 더 가까이에 두고 싶었다. 사람도, 물건도 그랬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것은 설레지만 두려운 일이다. 때로는 나의 근간까지 뒤 흔들거나 또는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만남으로써 우리는 친근한 것들에 대한 시간을 줄이는 투자를 해야 한다.
때론 이런 투자로 친근한 것들이 더 늘어나는 이익을 본다.
입국 심사를 하며, 비행기에 오르며 수많은 친근함을 뒤로한 채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면 길진 않은 기간을 이 친근함 들을 느낄 수 없다는 알싸함.
이런 나에 대한 위로인지, 이코노미 좌석임에도 운이 좋게 걸린 널찍한 자리에 앉아 비행을 시작했다.
기내식을 먹다 똑같이 콜라를 시키고, 서로 웃다 인사하게 된 옆자리 Hamid. 공통점이라고는 전공이 Engineering이라는 것뿐인 Hamid와의 사소한 대화들은 새로운 것이지만, 친근하게 다가왔다.
Hamid는 새로운 것들을 향해 잘 뻗어가고 인사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주었다.
사실, 서로 다시 만날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이 순간의 만남 자체가 즐거웠기에 같이 기념촬영을 하고 서로의 휴대폰에 저장을 한다.
스위스에서 이미 engineer인 Hamid의 명함을 받으며 다음에 만나면 생길 내 명함을 주기로 한다.
새로운 친근함이 되어준 Hamid.
여행을 동경하는 모든 이들은, 아마 새로움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모르던 세상에 몸을 던지고, 내가 아는 삶이 전부가 아니란 걸 직접 느끼고 확장이 시작될 3/17일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