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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Apr 08. 2016

종교라는 이름의 문화

종교는 문학이고 음악이고 미술이며 철학이다

사실, 종교에 관해 일가견이 없는 나이기에 글을 쓰기에 앞서서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무無교. 종교가 없다. 그동안 종교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이 기댈 곳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 숨통을 틔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인간의 이성을 통한 입증에서는 논외로 되어버리는 비이성의 결정체라고 생각해왔다.

또는 유교처럼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주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의 선두자였던 유럽은 종교로 구성되어있었다. 종교는 그들의 삶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있었다.

물론 처음 여행을 와서부터 꾸준하게 어디를 가도 있었던 교회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종교가 문화가 되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영어 단어에서 문화 culture는 경작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말이다. 문화는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유럽에서 내가 만난 종교는 문화였다.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였다.

가우디는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담겨있는 건축가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고민을 하다가 종교적 지식이 없는 채로 보게 된다면 그 의미를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 같아서 가이드를 동반하게 되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과 사진으로는 이미 본 성당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은 아직 많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성당 앞에서는 모든 사진이 무력해졌다. 내가 느끼는 색채, 웅장함, 신비로움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 성당을 보기 위해서 바르셀로나에 온 것 같았다. 거의 100년의 공사를 예정한 채로 가우디가 죽은 지금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축물. 거대한 건축물의 '한 표면'에 담겨있는 성경 속의 많은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예견하고, 만나는 모습이나 그에 위협을 느낀 왕이 마을의 아기들을 모두 죽일 것을 명령하여 군사가 아기를 죽이는 장면, 아기 예수와 함께 도망가는 성모 마리아. 여기서 들은 단어들도 대부분은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었다. 만약 가이드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솔직히 전혀 모르고 그저 섬세한 조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의 내용들을 '앎'으로서 이 건축물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다.


마을의 아기들을 모두 죽이는 병사와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는 사람

이 건축물에서 만난 성경의 내용들은 이후에 만나는 대부분의 미술관의 작품들에서도 반복되는 내용들이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성모 마리아', '동방 박사',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같은 주제들은 반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풍경화와 정물화를 제외한 모든 그림은 그런 주제를 담고 있었다. 똑같은 주제들로 많은 그림들을, 많은 작가들이 수백년을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종교 문화에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은, 운 좋게도(?..) 부활절 연휴와 내 여행기간이 겹치게 되어 부활절 풍경을 보게 되었다. 부활절은 나에게 체감할 수 있는 아주 직접적인 영향들을 많이 참!! 많이 주었다. 일단, 나는 부활절 연휴가 얼마나 긴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기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알지 못했고 뒤 늦게 알게 되었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활절이 되면 (나라/지역마다의 차이가 있지만) 2주정도의 연휴기간을 가지게 된다. 이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수학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연휴를 즐기고, 부활절 축제를 열게 된다.

코르도바의 유대인 마을

고로 여행 중이었던 나는 특히 종교적 전통에 철저한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는 기간에 첫째로 아예 열지 않거나 오전 중에 문을 닫는 수많은 관광지들의 정문(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부활절을 통해서 숙박비 역시 어마어마하게 치솟는 경험을 했다. 코르도바는 스페인 남부의 작은 도시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반나절정도를 둘러보는 매우 작은 지방이다. 이곳에서 내가 숙박을 하게 된 날이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 연휴 중 설날 당일과 같은 날이었다. 평균 28유로정도의 숙박을 이용하던 나는 이날 89유로를 주고 싱글룸을 잡게 되었고, 물과 식량을 살 수 있는 가게를 찾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헤매며 다녀야 했다.(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제발 부활절 연휴와 같은 것들을 사전에 조사하고 여행을 하는 준비성을/


이렇게 부활절이 나에게 주었던 영향이 컷던만큼 그들의 행사는 내 코 끝으로 느껴졌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비수기일텐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다가, 처음으로 눈치를 챈 것은 23일 마드리드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이었다. 전날 브뤼셀에서 테러가 있었던만큼 낮부터 시내 곳곳에는 총을 든 병력들이 배치되어있었고, 다니면서 나도 계속해서 섬뜩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왔더니 광장에 경찰차들과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여서 깜짝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급히 물었더니 영어가 짧은 스페인 사람들은 그저 "마리아"라고만 답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악사들과 함께 마리아와 예수상을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도로 역시 통제 상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과 똑같은 현상을 3/28일 세비야까지 계속해서 보았다는 것이다.

모든 인프라가 이 행사를 위해서 파괴되었다. 골목골목은 모두 사람들로 가득찬채로 행렬이 지나가기 전에는 통행자체가 금지가 되었다. 그들의 하루가 마치 이 행사만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나와 동갑인 스페인 사람은 이 광경을 23년동안 봤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와..진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문화로서 종교는 다채로웠고, 많은 것들을 이루어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문화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여행 중에 이북으로 신약 성경을 빌려서 앞부분을 보기도 했다. 성경이나 불경, 종교와 관련된 것들을 공부한 다는 것은 문화를 공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단 유럽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 역시 종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내가 이번에 유럽에서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와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귀 기울이고 자세히 살폈기 때문이다.

문화를 향유하려면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시작이니까.

아름다운 최진사 댁 집은 남아있지 않지만, 경주의 불국사는 여전히 우리의 관심을 받으며 보존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종교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생각이든다.

이것이 사치의 결과물이더라도, 종교가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인정하고 배울 필요성을 느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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