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어른이의 스케이트보드 도전기

3화. 주차장을 벗어나 햇살로~

by 마흔살 어른이

마흔에 시작한 스케이트보드. 하지만 스노보드로 단련된 근육 때문일까? 주차장에서 몇 번을 연습하고 나니 푸시오프가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이젠 업다운과 함께 턴도 자유롭게 가능해졌다. 턴은 스노보드와 거의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어깨를 열어줄 때 스노보드는 뒤쪽 어깨를 신경 쓰는데(특히, 토 에지; 발가락 쪽을 기울여 턴을 하는 방법) 스케이트보드는 앞쪽 어깨를 신경 써서 열어주면 되는 듯하다. 이 자리를 빌려 아빠의 스케이트보드 연습을 위해 옆에서 항상 함께 킥보드를 타 주던 우리 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제 햇빛을 보며 라이딩을 해보자

이제 어두컴컴한 지하를 벗어나 양지로 나아갈 때! 우리 집은 홍제천이 바로 옆이라 크루져 보드 라이딩을 하기에 제격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라이딩하기로 계획하고 주말을 기다렸다. 가족 모두 잠을 자고 있는 토요일 아침 7시, 와이프와 딸이 깰까 봐 조심스레 옷을 입고 현관을 나섰다. 스노보드를 탈 때도 '간지는 생명'이라는 구호를 외쳤던 지라 나름 스케이트 보더의 옷차림은 무엇일까 며칠을 검색을 해봤다. 흠.. 통이 넓은 카고 면바지에 빨간색 체크 남방이면 좋은데 이런 아이템은 아직 없으니 쇼미 더 머니에서 많이 입는 아디다스 트랙슈트를 입었다. (내 생각엔 멋지지만 혹시 휴가 나온 군인들의 칼주름과 군복과 같은 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하다.


만족스러웠던 크루징

비록 3km 정도의 짧은 코스였지만 그날따라 유독 멀게만 느껴지는지, 역시 주차장과 자전거 도로 야외 라이딩은 전혀 달랐다. 여기서 마흔의 체력이 나오는 것인가? 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었지만 등줄기에서 땀이 한두 방울 흐르는 듯하다. 내가 잘못 타는 것일까? 스케이트보드는 전신 운동인 듯하다. 우선 푸시오프를 하며 다리 운동을, 기마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허벅지 운동을, 턴을 할 때 몸을 좌우로 움직이다 보니 상체 운동을.. 그래서 그런지 스케이트 보드만 타고 오면 온몸이 뻐근하다.


과도한 욕심? 첫 경사면 도전!

푸시오프에 자신감이 생기니 또 과한 욕심이 생겼다. 우리 집에서 홍제천 산책로를 들어갈 때 약 3m 정도의 내리막길이 있다. 3km 라이딩을 하고 돌아온 자신감으로 한번 그 경사를 내려가

보기로 한다.


우선 사람들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 충돌 사고 방지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자빠질 경우 쪽팔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 더욱 크다. 우리 딸은 킥보드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인데 이날 이 경사는 내게 90도 낭떠러지처럼 보였다. 그냥 집에 갈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한번 도전해보기로 결심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하나, 둘, 셋!!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은 시간, 역시나 경사면이 끝나는 곳에서 스케이트보드보다 몸이 먼저 나가버리고 만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내 몸이 마치 로켓처럼 앞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덕분에 원래 성치 않았던 오른쪽 무릎에 찌릿찌릿한 통증이!!


다음엔 꼭 성공하리

집에 돌아오며 내리막길에서 몸이 앞으로 튀어나간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선 짧은 내리막길이지만 중심이 흐트러져있었던 듯하다. 스노보드에서도 경사가 있으면 무서워서 몸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릴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나는 앞발을 지그시 눌러주고 의도적으로 몸을 진행방향으로 숙인다. 아무래도 이번에 짧은 경사를 내려오면서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쏠린 것은 아닌가 한다


이젠 스케이트 보더가 아닌 딸바보로 복귀


이날 재도전은 못하겠다. 주말 오전 라이딩을 마치고 이제 자상한 아빠를 위해 집에 들르기 전 대파를 사러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우리 딸 아침 밥상을 위한 대파와 그날 저녁 딸과 함께 쿠키를 만들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쿠키 믹스를 사기 위해.. 한 손에는 멋진 랜디야츠 크루져 보드를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에 담긴 대파와 초콜릿 쿠키 믹스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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