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1일 차
“난 이것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작년부터 담당자가 업계 현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올초에 내가 관련된 자료를 리스트업해 팀리더에게 보냈고, 그 내용을 봤는지 어쨌든지 팀리더가 자기가 원하는 내용으로 정리해 대표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표는 생전 처음 보는 이야기라는 듯 말했습니다. 이미 지난달 이 프로젝트 계약도 진행됐는데, 왜 이걸 이렇게 진행하냐며 다시 현황 파악과 리스트업과 예산 계획을 짜라는 업무 지시가 내려옵니다. 물론 이 상황에 도대체 뭔지 설명해 줄 당시의 팀리더는 퇴사를 앞두고 연차 소진을 위해 장기 휴가 중이기에, 그 덤터기를 제가 쓰고 있는 것이고요. 어쩌겠어요, 우리 팀 업무고, 위에서 하라는 업무는 해야죠.
어디서 보고가 끊긴 것인지, 아니면 각자가 원하는 것만 말하고 들은 건지, 아님 저 대표가 이제 관련자가 없으니 아예 딴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업무는 넘쳐나는데 실무는 줄지를 않고, 새로 온 팀원들은 업무 투입이 안 되고 새로 온 상사는 계속 질문을 합니다. 퇴근 후 자기 계발은 꿈도 못 꾸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퇴사를 꿈꾸지만 이직은 쉽지 않고, 오늘도 우체통엔 공과금과 통신비 고지서가 꽂혀있네요. 커피값을 줄인다고 집과 회사에서 텀블러를 챙겨도, 팀원들의 밥과 커피를 사다 보면 월급보다 지출이 더 크더라고요. 그래도 큰 빚 속에 허덕이는 삶은 아니라고 위안해 봅니다.
버티면 그래도 좀 살만해질 줄 알았는데, 매일매일이 점점 더 지쳐만 갑니다. “좀 안정적인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나요?” 오로지 성장가능성만을 보며, 0부터 일을 파악하고 구조를 만들며, 전적으로 모든 것을 내가 만들고 관리하며 직접 실행해야 하는 곳에서 제게 묻습니다. 이런 격동의 시간을 살고 있는 조직에서 제가 일할 수 있는지 묻는 거겠죠. 전 되묻습니다. “요즘 평생직장, 안정적인 직장이 어디 있나요?” 저는 제가 일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런 점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저 역시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저의 성장 단계에서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고, 그 계획하에 일해왔거든요. 다만 오늘도 은퇴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제가 어느 정도 업무의 확장성을 가지고 에너지 넘치게 일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일하는 동안에는 내 일에 대해 즐겁고, 함께 일하며, 잘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상사가 짧은 회의를 소집합니다. 지난달 업무 보고에서 궁금한 것들을 보강해 다시 전달하겠다고 대답합니다. 오늘도 야근 당첨이네요. 팀원들의 업무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잘못된 내용을 전달한 팀원도 답답하지만, 저도 파악하지 못했기에 딱히 할 말이 없더군요. 본인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챙겨야 하는 것도 저의 일일 테니까요. 그저 휴일이 지나고 다음 업무일 오전에 빠르게 확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다들 혼란한 6월의 첫 날일테니까요. 퇴근을 해도, 휴일이 시작돼도 머릿속에 일이 떠나질 않네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러다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되나 봅니다. 그래도 남은 휴일은 편히 쉬겠습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51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