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50일 차
조직의 혼란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뭔가 징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업무에 있어 대부분의 혼돈은 리더로부터 시작됩니다. 팀을 엉망으로 만들고 쫓겨난 팀리더는 한 15년 전 사내보고서에서 봤던 것 같은 아이디어만 내곤 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감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참다 참다 “너무 구려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적도 여러 번입니다.
시대착오적 팀리더를 위해 저는 그의 말을 번역하고, 디벨롭시켜 재기획하곤 했습니다. 촌스러운 아이디어는 그나마 무난한 기획안으로,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입으로 내뱉은) 상상은 그나마 가능성 있는 현실 프로젝트로 만들어야 했죠. 덕분에 제 직업이 늘었네요.
그를 쫓아낸, 상사는 매번 즉흥적으로 일을 던집니다. 지금 담당자가 어떤 계획으로 무엇을 진행하고 있고, 현재 급한 일정이 무엇인지 따위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그에게 직원의 업무 스케줄의 배려 따위는 없습니다. 그는 시키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태와 즉흥이 손을 잡았으면 최악이었을 텐데 서로 큰 호감이 없었다는 겁니다. 둘이 성향이 은근 비슷했는데, 서로를 꽤 싫어했더라고요. 상사는 팀리더를 불쾌해했습니다. 팀리더는 위아래 할 것 없이 가르치는 듯 말하는 것이 특기였는데, 회의를 시작하면 우선 비난부터 퍼부었습니다. 본인보다 직급이 낮거나, 입사가 느리거나, 다른 업계에서 이동한 직원에게는 그 강도가 더 심했죠. 모두가 그와의 대면을 싫어한 것처럼 상사도 똑같이 느낀 거죠. 팀원들이 모두 도망치듯 팀을 떠난 것을 어쩌면 상사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어찌 되었건 구태는 떠났고 즉흥이 업무를 지배했습니다. 매번 회의하고, 상사의 아이디어는 바로 실행되어야 하고, 효과가 없는 것은 담당자의 무능력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팀원들이 너무 지치지 않기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실수를 줄이고 업무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를, 그 업무로 조직도 성장하고 직원도 성장할 수 있길 바라며 아등바등 스케줄을 조정하고 웬만한 일은 그냥 제가 합니다. 이 정신 사나운 시스템 안에서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게 말이죠.
물론 저도 무척 힘이 듭니다. 5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기억의 줄이 싹둑 잘린 듯, 눈만 감았다 떴는데 5월이 끝난 기분이에요. 이렇게는 더 못 버틴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저의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 그 시작을 열어줄 면접 후기는 다음 주에 공개합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50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