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49일 차
제게 온 시련과 고통과 슬픔은 깨달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숨만 겨우 쉴 만큼 빡빡한 일정과 손과 눈이 각각 여덟 개씩은 필요할 정도로 분주했던 업무들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수 있었기에 감사해야겠죠. 어찌 되었든 업무 연관성이 거의 없이 이동당한 새로운 팀원들도 열심히 배우고 잘 따르려는 의지를 보여주니 고맙고, 저의 탈출 계획을 알고 있는 기존 팀원들도 저를 붙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응원해 주니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나요.
면접 연락이 온 회사는 일정과 위치를 메일로 보낸다 해놓고,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나도 소식이 없네요. 인사와 경양 체계에 대해 의심을 품던 지인이 신신당부를 합니다. “면접 보러 가면 단박에 분위기 파악이 될 거예요. 이상하게 쎄하면 절대 가지 말아요.” 근데 지금 제가 일하는 곳도 이상하거든요.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라면, 팀원은 좋은데 상사와 대표가 미쳐가는 곳과 모두가 낯설고 상사와 대표가 얼마나 미쳤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 곳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요? 제 마음은 이미 답을 정해놓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일은 저쪽 인사팀에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의 회사에서 신규 직원 채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빠졌다고 바로 채울 수 있지는 않아서, 지금 팀의 R&R과 어떤 직무, 세부직무의 직원이 필요한 지를 인사평가회의를 거쳐 승인이 나야지만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해당 회의에는 대표와 경영전략실장과 인사팀과 팀이 속한 실의 리더 등등 층층 윗분들이 둘러앉아, 어떻게든 자리의 불필요를 강조해 인력 감축을 하려 하거나 아니면 채용 예정자의 직책을 깎아 차장급이면 과장을, 과장급이면 대리를, 대리급이면 사원을 뽑으라고 하는 논의만 이뤄집니다. 직원의 성장을 핑계로 하는 지출예산을 절약하려는 경영진의 냉혹한 사투입니다. 월급은 줄이지만, 물론 일이 줄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실무도 하는데 또 직책자의 업무까지 하느라 온몸이 꽉 쥐어짜진 행주처럼 쪼그라들 판인데, 이 경우에 월급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성과급 따위도 없고요. 해주는 것도 없이 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도 많네요. 이곳에서 의미 있고 즐겁게, 그리고 좋은 성과를 내며 뿌듯하게 일했던 것에는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시원섭섭하게 이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물론 다음 주 면접을 잘 보고, 그 회사도 저도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해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는 말이긴 하죠. 그럼에도 오늘도 긍정회로를 돌려봅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49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