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2일 차
오늘이 마지막 삶이라면,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부모님을 만나러 가거나,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갔을 거예요. 업무 이관과 인계의 혼란 속에, 이 업무가 도대체 누구 업무이고 위에선 뭘 하라는 건지, 왜 매번 생각나는 대로 일을 던지기만 하는 건지 짜증 내지도 않았겠죠.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 삶인데, 이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내가 안 해도 또 누군가가 이어서 하거나,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겠죠. 하지만 오늘은 마지막 삶이 아니니, 오늘도 속앓이를 하다 녹초가 돼 퇴근합니다.
여름휴가를 좀 길게 다녀오면 환기가 될 거라지만, 우린 모두 알아요. 가기 전에는 미리 해둬야 할 일로 매일매일 야근, 다녀와서는 쌓인 일들로 또 매일매일이 야근. 휴가를 시작하는 날부터 다시 출근하는 날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곤 하죠. 금요일 퇴근을 하면서 월요일을 걱정하는 것처럼요. 퇴근 시간이 되면 무조건 업무가 종료되고, 일에 대한 생각은 1도 나지 않게끔 스위치가 꺼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뇌의 업무 부분을 꺼내놓고 싶어요. 물론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제게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삶이라면, 퇴사하겠다고 말은 해야겠죠?
언젠가 아침에 굉장히 위급한 재난 문자가 울렸었습니다. 그걸 보면서도 출근을 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 절 보면서 ‘회사에서 공지가 뜨기 전까진 전쟁이 일어나도 출근부터 하겠구나 ‘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 이러고 살고 있는 거 맞죠?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 일개 직장인이 꿈꿀 수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가끔은 누가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왜 다들 이렇게 치열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끝까지 몰아붙이고, 뭔가를 더 가지고 더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그래야지만 살 수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그렇게 해야 나중의 내가 지금 보다는 조금 편하고, 나은 삶을 살 거라는 희망 때문이겠죠. 그 언젠가를 위해 지금의 나를 이렇게 소중하지 않게 대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 한계라고 느끼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나아지고 있다고,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말이죠. 그래도 힘든 건 힘드네요. 매일매일 짧은 글, 52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