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회의하는 회사

매일매일 짧은 글 - 55일 차

by Natasha

매일매일 짧은 글은 일로 갈린 저의 하루에 대한 증언이자, 마음속 분노와 슬픔의 기록이자, 이직 또는 은퇴를 향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절 위해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성실함의 선물이기도 했죠. 많은 분이 읽고 하트도 눌러주시고(열에서 스무 분 감사합니다 ‘-‘), 아주 가끔 응원의 댓글도 남겨주시는데요(정말 소중합니다!). 언제나 제가 쓴 글은 부끄럽고, 부족함이 넘쳐 누구도 읽지 않았으면(특히 제 지인은 절대로 모르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더 많은 구독자와 좋아요를 원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같이 속풀이도 하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조직개편과 부서이동으로 대체자 없이 담당자가 옮겨지고, 인수인계가 안돼 몸을 반으로 쪼개듯 양 팀에 걸쳐져 업무를 하고, 그냥 한 팀에서 후다닥 진행하면 될 것을 4개의 팀이 나눠 협업하는 융통성 없고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인한 업무 회의가 있었습니다. 일 없는 팀 없고, 인력 넘치는 팀 없기에 모두가 피해자가 된 상황이었죠. 정말 여력이 안돼 못한다고, 안된다고 강력하게 말해야 함에도, 조직이 또 그렇게 굴러가진 않잖아요. 어떻게든 되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실무를 맡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런 팀리더도 불만이겠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상사는 어쩌면 가을 학기가 시작될 때쯤엔 그 자리가 또 비워질지도 모른다며 우려하더군요. 저기요, 저도 언제 떠날지 모른답니다.


업무를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오늘도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까 점심 먹은 것을 1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듯, 뱃속이 꼬르륵 거리네요. 회사에서는 종종 직장인의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에 회의를 잡습니다. 팀 간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시락을 먹으며, 부서 간 돌아가며 현재 이슈를 발표하는 자리지요. 발표를 해야 하는 부서는 이 시간을 위해 또 자료를 준비합니다. 정말이지 이런 쓸데없는 회의는 여러 개가 더 있습니다. 이런 회의를 주관하는 팀은 이게 KPI인 걸까요? 이렇게 모아놓고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처럼 한마디 하는 대표는 좋을까요? 그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내부 임직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겠죠.


매일매일 짧은 글을 언제까지 써야 할지, 계속 회사 이야기만 쓸 건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것뿐이라서요. 그럼에도 글을 쓰며 리마인드 하는 것조차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 평화와 용서와 사랑을 새기고 새기면서도, 이걸 끄집어내 쓰다 보면 다시 화가 나고 답답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벌써, 매일매일 짧은 글, 55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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