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6일 차
하루가 너무 길고도 짧습니다. 출근과 퇴근은 순삭인데, 너무도 많은 회의와 보고, 문서 작업, 업무 조율과 분배, 갑작스럽게 확인 요청이 오는 일들에 피드백하다 보면 하루가 꼭 일주일 같기만 합니다. 누가 일부러 절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보고서나 기획안도 대충 만들면 될 텐데, 굳이 하나하나 수정하고 보완하고, 업무분장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제가 절 더 못살게 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이런 오늘이 내일도, 모레도, 다음 주도, 한 달 뒤도 반복일 거라고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든 건지, 자꾸만 엉켜있는 업무와 몰아붙이는 회사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든 건지, 아니면 이러고 있는 내가 슬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물이 나네요.
언젠가 저의 강박과 불안에 대해 고백의 글을 쓴 것도 같은데요. 다시 스멀스멀 저를 잠식해 가는 기분입니다. 괜찮냐는 질문에는 우선 웃고(눈을 울지만 입꼬리는 올려보아요), 티베트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외치고, 현실을 피해보자고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을 열심히 떠올려보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네요. 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정말이지 퇴근하면 달려가다시피 집으로 향합니다. 어서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죠. 어제 회사 동료가 절 지하철 역 근처에서 보았는데, 날아가고 있었다고 증언하더군요. 밥 먹는 것도 힘에 부쳐 우선 잠부터 잡니다. 뒤늦게 일어나 밥 차리기도 귀찮아하면서 또 이것저것 꺼내 먹는 것을 보면, 살은 안 빠지려나 봅니다.
모든 일을 제가 다 해낼 수 없고, 정말이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있고, 웬만한 일은 또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흘러가겠죠. 내 인생의 빌런은 사라졌기에 그나마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고난을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메일의 오타를 철저히 체크하던 제가 메일 끝에 오늘의 날짜를 계속 틀리게 쓰는 것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쉬고 오면 괜찮아질까요? 휴가 가있는 사이 회사 걱정, 일 걱정, 팀원 걱정 안 할 자신 있나요? 회사 메신저와 메일, 카카오톡 알림을 무시할 수 있나요?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요즘이 어떨 땐 참 별로인 듯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묻고 일 시키는 통에, 밥 먹을 시간도, 잠시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퇴근해서도 일에 쫓깁니다.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눈물이 잦아지면 병원도 가고 휴가도 가겠다고 생각합니다. 퇴사는 당장 못하고, 이직은 조금 더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삶을 알아갈수록 무언가 결정한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일매일 짧은 글 56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