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8일 차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를 앞날에 불안해하며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고 미뤄뒀는데, 어찌 되었던 그게 무엇이 되었든 제가 결정해야 하는 거니까요. 2주간의 여행 일정을 짜고 비행기표부터 알아봤습니다. 저의 한 달의 고정비가 훌쩍 넘더군요. 그곳에서의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이런저런 준비물을 구입하다 보면 한 달 월급도 모자라겠더군요. 퇴사하고 싶다고, 은퇴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놓고, 이 돈을 쓰려면 또 일을 해야 하는 반복이네요.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은퇴를 당기는 것도 방법일 텐데, 지금의 절 살리는 것을 우선은 도피인 듯합니다.
전화가 울렸습니다. 지인의 이름이 떴습니다. 세상이 참 좁다며, 저의 평판조회가 진행되고 있다더군요. 제가 따로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저의 이직 준비의 내용이 제 이력과 연관된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되며 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나 봅니다. 하긴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저의 또 다른 지인이 저의 옛 동료와, 함께 일한 기억은 없으나 이름만 알고 있는 동료와, 그리고 전혀 접점은 없으나 건너 건너 물어볼만한 사람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죠.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기 바라며 긍정적인 부분을 잘 이야기한 것 같은데, 저의 앞날은 또 모르겠네요. 그래도 절 아끼고 제가 애정하는 분께 연락이 닿아 조금은 다행인 듯합니다. 항공권을 끊어야 하는데, 혹 이번 주에 연락이 올지 모르니 기다려야 할까요?
전 지금, 진짜 어디에 있는 걸까요? 몸은 여기 있는데 자꾸만 마음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 속을 떠돕니다. 명상에서 ‘지금-여기’에 주의 집중하는 것을 사띠(Sati) 또는 마음 챙김, 알아차림, 마음에 환한 빛을 켠다고 합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과 ‘상황’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위협 반응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죠. 지금 여기를 놓친 삶은 늘 공허하고 산만합니다. 지금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인지, 지금 내 마음은 미래의 걱정 속에 있는지 아니면 과거의 기억 속에 있는지,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봅니다.
오늘은 잠들기 전 눈을 감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문장을 세 번 천천히 읊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엇인지, 집중하며 생각을 붙잡지 말고 떠나보내겠습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58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