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9일 차
막연하고 뭔지 모를 기분에 호흡이 가빠집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슬픔인가, 불안인가, 답답함인가? 이 감정은 어떤 색깔일까? 온도가 있다면 뜨거울까, 차가울까?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여줘야 합니다. 감정을 애써 묻어두거나 지우려 하지 말고, 더 구체적으로 알아봐 주는 거죠. 슬픔이 20퍼센트 정도 스며든 답답함과 가시 같은 짜증이 콕콕 박힌 불안함처럼 말이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것이고, 그 이유는 저거라고 글로 정리하는 순간, 어쩌면 별 것이 아닌 것처럼 사라질 수도 있어요. 이런 걸 심리학에서 라벨링 효과라고도 하더군요.
우리는 줄곧 머릿속으로 미리 상상한 것들에 겁을 먹고, 걱정하느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합니다. 나를 믿지 못하고, 내 인생보다 조직과 인간관계, 사회적 평가와 인정에 눈치를 봅니다. 그냥 내 할 일이나 잘하자 하면서도 애써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과 추앙과 응원을 기대하다 보면, 결국 이 건 내 인생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글로는 알겠는데, 저 역시 겁도 먹고, 걱정으로 절 뭉개버립니다. 나름 긴 시간 저의 자리에 대해 고민해 왔는데,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가도, 익숙함과 귀찮음과 내 한계는 결국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단정지음에 머물러있었습니다. 퇴사와 이직이라는 기로 앞에서, 내가 또다시 열정을 가질 수 있을지, 내게 주어진 기대를 해낼 수 있을지, 그들의 평가에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생각이 길었습니다. 그냥 우선 휴가나 다녀와야겠다고, 잠시 도망도 생각했었죠.
하지만 다음 주 안에는 퇴사 통보든, 이직 제안 거부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6월이 다 끝나가니까요. 회사 업무는 미친 듯이 많고, 계속 보고서와 기획안과 발표와 회의로 돌아버리겠는데, 아직 팀 구성이 끝나지 않아 곧 인사이동도 있고, 신규 채용도 진행해야 하죠.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이 중요한 고민과 결단이 늦어졌습니다. 이 상황에 나가게 되면 팀의 혼란이 분명 있겠죠. 저 역시 그 걱정이 제일 먼저 듭니다. 하지만 언제 회사가 제 혼란을 걱정해 주었나요? 힘들 때만 가져가 쓰고 또 상황이 바뀌면 나 몰라라 했는걸요. 어차피 회사는 일하는 곳이고, 누군가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곳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더 체계가 없고, 일은 많고, 사람은 어려울 수 있겠죠. 해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은데,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래도 일이고,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되겠죠.
아참, 이런 결정은 꼭 최종 오퍼를 확인받고 해야 합니다. 자칫 큰 결심을 했는데, 새 직장에서 번복을 하거나 취소를 할 수도 있고, 현 직장에서 직책이나 연봉 등의 조정을 제안하며 (예의상)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내 결정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어야 합니다. 인생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선 인수인계서를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경력증명서와 인사담당자 연락처, 이메일도 챙겨놔야죠. 누구누구에게 인사를 해야 할지, 아끼는 팀원과 동료를 위한 선물도 준비해야겠습니다. 정말 이도저도 아니면, 바로 휴가를 떠나겠습니다. 오늘도 매일매일 짧은 글, 59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