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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죄목은

매일매일 짧은 글 - 17일 차

by Natasha

오늘은 웬일로 그분의 심기가 좋은 듯했어요. 메신저로도 느껴지더라고요. 항상 날이 서 있고, ‘어쩌라고 ‘의

자세로 대화를 시작하고, 결국은 ’모든 게 네 탓‘인 그가 급 오후 반차를 내겠다는 내게 “좋은 일이면 좋겠네요 “라고 하더라니깐요. 예전 같으면 소소한 이야기라도 좀 더 나눴을 텐데, 요즘의 전 감정 교류를 일체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눈웃음만 보내고 메시지를 끝냈죠. 가끔은 성격상 좋게 좋게 풀고 싶으면서도, 결국 피곤해지고 상처받는 건 저라는 걸 알기에 입을 꾹 닫아 버리곤 합니다.


세상에 정말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동안 제가 몰랐던 건지, 유독 세상이 흉흉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 건지, 그도 아니면 어딘가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다가 지금 딱 제 앞에 나타나 고난과 시련의 시기를 주는 걸까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1) 직원들의 이간질을 도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팀원은 대놓고 배제하는, 인간성을 상실했으나 일은 잘해 그 점 하나는 대단한 리더와 2) 직원을 깎아내리는 말과 모욕을 일삼으며, 도무지 팀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스스로에게는 관대한 리더 중에 누가 더 최악인지 선택한다면, 역시나 2번이었어요. 2번의 대단한 점을 꾸역꾸역 생각하려 해도, 마음이 너무 식어서 생각하는 것조차 고역이더라고요.


직장에서 자기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죠. 내게 집중하는 시간은 퇴근 후에 하면 되죠. 그냥 회사가 가려는 방향대로, 목적이나 의미는 찾지 말고 그냥 성과나 내라면 내는 거죠. 근데 그 시키는 일들이 회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팀 리더의 잘못된 해석과 부정확한 지시로 매번 쓸모없는 가짜 노동만 되니 열이 받겠어요, 안 받겠어요? 이 모든 것이 문해력 때문이에요. 보스의 니즈를 잘못 해석한 죄, 담당자의 보고서를 잘못 이해한 죄, 워킹그룹 내에서의 논의를 잘못 파악한 죄, 이 모든 것을 모르면 물어야 하는데 안다고 착각한 죄, 자신의 경력이 몇 년 차인지 들이밀며 모르는지도 모르는 죄, 팀 리더가 대단한 권력인양 팀원들의 자리를 쥐락펴락한 죄.


아, 생각하면 제 기분만 더러워지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퇴근하고 회사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요. 지금은 오롯이 제게 집중하는 시간. 우리의 삶은 퇴근 후부터죠. 하지만 밤은 너무 짧아요. 벌써 졸린걸요. 매일매일 짧은 글, 17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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