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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쩌겠어요

매일매일 짧은 글 - 20일 차

by Natasha

주말 빼고 19일 동안 분노와 짜증과 슬픔과 답답함을 브런치에 풀어냈더니, 저의 기분이 마구 구겨져버린 것만 같았어요. 쉴 때는 회사일을 잊고 진짜 내 삶에 집중하고 싶은데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를 생각만 해도 심장박동도 호흡도 모두 엉망이 되었어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도 생각에 온통 사로잡혀 이명까지 들렸어요. 그 따위 존재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분노는 조금 내려두고 제 삶을 살자고 생각하며 다시금 정신을 붙들어 봅니다.


오늘은 다시 겨울이 온 것만 같은 날이었어요. 아직 옷장에 걸려있는 패딩을 걸쳐 입고 나간 덕분에, 추위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올해는 4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더니, 아직까지 시원한(?) 계절에 감사해 봅니다. 월요일 사무실 출근은 지양하지만, 그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니 그나마 발길이 떨어지더군요. 오늘은 부디 말을 섞지 않고 지나가길 바랐는데, 쒯!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하자는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하루도 안 빼놓고 존재만으로도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니, 정말 저랑 안 맞는 사람이구나 하고 넘어가야죠.


오후에는 지인이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며 연락을 해왔어요.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예요.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나 봅니다. 저도 제 경력증명서와 자소서 쓰는 건 어려운데, 이렇게 타인의 글을 첨삭하고 윤문하고 의견을 정리하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은 잘도 이직을 하는데, 정작 저는 서류탈락이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게 이걸까요.


퇴근 후 요가 수업을 들었어요. 딱 1년 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작년 이맘때쯤부터 최악으로 달려가고 있었거든요. 지옥으로 달려가는 기차 꼬리칸에 탄 것처럼 어느 즐거움도, 희망도 없는, 나를 갉아먹는 시간들이었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번아웃, 저의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내 젊은 청춘을 이따위 회사와 저따위 인성의 사람 때문에 잘려 보낸 것만 같아서요. 물론 오늘 회의도 할많하않이고, 내일도 그의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진짜 싫은 날이고, 이런 날들이 계속되겠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하며 매일매일 짧은 글, 20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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