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21일 차
언제 비바람이 쌩쌩 불었냐는 듯이 오늘은 화창한 날이었어요. 집 앞 벚꽃은 못 버티고 다들 떨어져 아쉬웠는데, 길가의 나무에는 아직 팝콘처럼 퐁퐁 터져있더라고요. 이제 진정 봄이 온 것만 같네요. 사람의 감정은 무척이나 큰 힘이 가지는데, 예컨대 분노는 말과 행동에 담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를 무너뜨리듯이 말이죠. 오늘도 저를 살리고자, 세상의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눈에 담아 봅니다.
오늘은 같은 본부로 묶인 팀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오랫동안 함께 했으나 여러 변화 속에서 퇴사를 선택한 본부장의 송별회 겸이었죠. 그나마 이 답답한 곳에서 대화라는 것이 되는 분이었는데, 그분의 퇴사 공지는 제게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마음의 웅덩이가 일렁거려 오히려 비가 쏟아져 이 물이 넘치기라도 했으면 할 정도였어요. 본인이 더 이상 우리를 위해 해줄 것이 없고, 이제 자신의 또 다른 길을 가겠다면서도 아쉬움이 묻어 말을 못 잇고 결국 눈시울이 빨개지셨죠.
저도 데리고 가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백 퍼센트 그분이 일하는 방식이 좋았다거나 저와 매우 잘 맞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배려와 따스함을 가지고, 직원의 말에 귀 기울이며, 상식이 통하는 상사였음은 분명했죠. 상식이 없는 듯, 문해력이 떨어지고, 부정확한 디렉션과 피드백을 일삼는 팀리더의 독주를 단칼에 잘라주던 분의 상실은 제가 이곳에 있는 시간이 끝나감을 말해주는 듯했어요. 오늘 함께 일하는 팀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을 지원했다고 하니, 그가 떠나면 올해만 자의든 타의든 4명 째예요. 이렇게 풍비박산난 팀에서 버틸 힘이 없네요.
혹시 면접관이 여러분께 조직과 팀이 이런 상황인데, 중간 직책자인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할 때 어떻게 할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실 건가요? 리더의 말을 따르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실 건가요,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아낼 건가요(물론 문제는 그 직책자인데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죠?), 아니면 과감히 또 다른 내 자리를 찾아 떠날 건가요?(물론 들어가지도 않은 회사에서 벌써부터 나간다고 말하는 건 현명한 답변은 아니겠죠.) 아무래도 챗지피티한테 물어봐야겠어요.
예전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맛도 없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혼자 고행의 길을 걷듯 골반이 빠지도록 걷고 걷느라 살이 쭉쭉 빠졌는데, 요즘엔 배가 왜 이리 고픈지 살이 더 찌네요. 그래도 내 몸이니 건강한 음식으로 맛있게 먹어야겠어요. 매일매일 짧은 글, 21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