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22일 차
오전에 외부 행사가 있어 우선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정신없이 처내고 있는데, 메신저가 울렸어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메신저 알림만으로도 불쾌해지는 팀리더가 같이 이동하자고 말을 건네더군요. 이렇게 눈치까지 없다니, 너무도 싫었지만 대강 사회성으로 덮고 알겠다고 했죠. 이제는 목소리조차도 신경이 거슬려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안부도 묻고 업무 이야기도 몇 조각 떼어 나눴어요. 행사가 끝나고는 점심까지 같이 먹자는데, 좋은 마음으로 먹자고 다짐까지 했건만 입에 음식이 들어갈수록 체할 것만 같았죠. 그래도 헤어지는 순간까지 길 헤매지 말고 잘 가시라 너스레도 떨었어요. 모두 사회생활하기 힘드시죠?
행사가 끝나고 오후는 휴가를 냈어요. 아침까지 불어대던 찬바람은 온대 간데 없이, 따뜻하다 못해 약간은 덥기까지 하더군요. 특별한 일정이 있진 않았어요. 평일 낮에 카페도 가고 도심도 걷고 쇼핑도 하고 그랬죠. 이 시간에 커피숍과 쇼핑몰에 사람이 이리도 많다니… 다들 연차, 반차 낸 건가요? 이렇게 연차를 소진하는 건 조금 아깝긴 하지만, 또 숨통을 트여줄 이러한 시간조차 없다면 폭발해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팀원들이 메신저로 제게 혹시 다른 곳에 면접 보러 가는 것은 아닌지 물었어요. 안타깝게도 아직 제게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는걸요. 갑자기 또 마음이 급해져 여기저기 채용공고를 찾아보지만, 이력이 맞는 곳에 우선은 다 넣자고 생각하면서도 적당한 곳이 이렇게도 없네요. 전 어떻게 될까요?
저녁은 가족과 함께 했어요. 부모님은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길 더 바란다고 하죠. 만약 제가 일을 그만둔다면, 엄마아빠는 퇴사가 절 불행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실까요 아님 더 불행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실까요? 분명 어떤 선택을 하든 절 믿어주시겠지만, 제게 말은 못 하고 엄청 끙끙대며 신경 쓰시겠죠. 전 언제까지나 그분들껜 어린 자식일 테니까요. 퇴사든 은퇴든 하려면 결국 생활이 되어야 하는데, 고정비를 제외하고도 어느 정도 살만한 그러니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선물을 챙기고, 같이 외식도 하고 하고 싶은 게 문제죠.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수입 없이 살려고 하다니, 대책 없이 은퇴를 꿈꾸는 제가 어떨 땐 참 생각이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오후 시간을 맘대로 보냈더니 꼭 금요일인 것만 같았어요. 아직 우리에겐 목요일과 금요일이라는 근무일이 남았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남은 날들은 팀리더와 1도 마주치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간절히 바라며, 매일매일 짧은 글 22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