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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사람에게 더 잘하기

매일매일 짧은 글 - 23일 차

by Natasha

분기별 성과보고회가 다가왔습니다. 매월 정리해 보고하고 있지만, 본부의 전체 직원들이 모여 함께 공유하고 다음 분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발표하며 모두의 앞에서 시험을 보는 거죠. 뭐, 다 좋았어요. 팀리더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파일을 내일모레 아침까지 정리해 채우라는 메일을 읽기 전까진 말이죠. 멤버들은 어떠한 양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무엇을 중점으로 정리해야 할지 모르지만 모든 자율성을 부여받았죠. 우리가 보내면 일주일 동안 달달 외워 앞에 서겠죠. 발표나 잘해 우리의 성과를 돋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번 엥? 스러운 표현법을 구사하며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기며 자기 말만 하느라 정작 요점이 뭔지도 모르겠고, 모든 팀들의 눈치를 받으며 마무리도 못하고 발표를 마치는 그인걸요. 보고 있는 팀원들은 정말 미쳐요.


하지만 전 깨달았어요. 정말 싫은 사람에게 깍듯하게 잘하겠다고요. 그러나 내 바운더리 안으로는 절대 들어오게 하지 않는 거죠. 최선을 다해 대하지만 절대 감정은 교류하지 않는 거죠. 얼굴을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더 싫지만, 전 제 자리에서 그저 ‘너‘로만 대하기로 했죠. 물론 제 의지와는 다르게, 가끔은 다른 팀원들을 위해 분위기를 풀어야 하나 싶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인간적인 감정도 드러내게 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죠. 저 인간이 이런 걸 알겠어요? 온통 지 밖에 모르는걸요. 아, 오늘은 자기가 정한 회의

일정을 착각해 놓고 또 남 탓을 하고 있더군요. 못 참고 제가 당신이 정한 거라니까 입을 다물더군요.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운 짓만 하니 이제 일상이네요.


이번 주말도 채용 정보를 샅샅이 뒤져 찾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워봅니다. 아, 아직 주말이 아니군요. 제 컨디숀은 이미 금요일인데 말이죠. 팀리더 위의 위 직책자와 미팅이 있어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이라고 하더군요. 허튼소리 안 내뱉고 입 잘 다물고 있을게요. 팀과 회사에 대해 의견을 내봤자 1도 들어 먹히지 않을 거고, 내 에너지만 빼는 일이니 그냥 닥치고 기계의 부속품처럼 있는 게 그들이 원하는 것인걸요. 그동안 대단한 성장을 이룬 건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잘 버텼고, 그동안 제 역할을 위해 꽤나 노력했기에 아쉬움이 전혀 없다는 게 위안이 되네요.


복수를 할 수도 없지만, 또 복수를 하면 뭐 하나요. 제게 득이 될 게 없는걸요. 하지만 팀을 이런 상태로 망가뜨린 팀리더는 제발 부디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길 바라요. 소시오패스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척이라도 해주면 좋겠네요. 퇴근하고 또 그를 생각하니 너무 열받네요. 나만 손해지… 매일매일 짧은 글, 23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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