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소중하니까. 감사하니까. 아까우니까.
국민학교 6학년 때였다. 우리 학년 모두에게 ' 꿈을 가꾸는 일기장 ' 이 배부되었다. 마지막 칸까지 채워야만 하는 줄 알고 꾸역꾸역 써 내려간 내 일기장이 놀랍게도 대전시 교육청으로부터 장려상을 받게 될 줄이야. 학교 대표로 뽑힌 줄도 몰랐다. 교내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미혜라는 애는 책도 많이 읽고 글짓기도 잘하고 작문반 선생님의 예쁨까지 받는데 걔는 못 탔고 나만 탔다. 치이.
할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인 애가 부러웠고, 학교를 품 안에 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애들이 부러웠고, 엄마가 교통지도며 급식봉사며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에 종종 와주는 애들이 부러웠다. 엄마가 일일 선생님으로 오는 애는 더 부러웠는데 왜냐하면 나보다 글씨도 못 썼는데 포도송이를 두 개나 더 받더라. 학교에 커다란 국화 화분을 배달해 오는 애는 무조건 선생님이 예뻐하고, 운동장 조회 시간에 걔가 뒤 돌아 나에게 말을 걸어도 떠들지 말라고 내 귓불만 잡힌다. 치이.
억울하고도 말 못 했던 마음 짠한 기억들인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때의 나와 같은 나이을 보내고 있는 두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눈물 촉촉한 거름이 되어 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 아이 둘과의 평범한 일상을 글로 담고 있다. 부족한 열 살 언어로 아이와 말하듯, 편지 쓰듯 끄적이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가 되었을 때 그 가치와 감동은 반짝반짝 더 빛날 것이다.
보석보다 소중한 너희들의 모습이 한 편의 글이 되어서 엄마처럼 그랬던 또 다른 엄마들에게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는 그런 책을 쓸 거라고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