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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랄맘 Nov 16. 2023

발랄맘의 꿈꾸는 일기방, 그 후 5 년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 윙,, 윙,, 윙,, ~~ ”

업진살 다섯 팩이랑 된장찌개 거리, 그리고 햄버거 젤리 한 봉지를 사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핸드폰이 징징댄다. 오래된 책장과 빈백 그 사이에 찌그러져있다. 친구들이 저랑 하도 연락이 안 된다고 불편해한다길래, 연락수단 정도는 좀 필요할 것 같다길래 하날 사줬더니 놓고 나갔다. 또.

“ 여보세요? 재민이구나? 응, 강기 집에 없는데? 축구하러 나간 거 같애. “

5년 전, 초2땐 일기장을 그렇게 학교에 놓고 다니더니, 5년 후 중1땐 휴대폰을 그렇게 집에 놓고 다닌다. 피식.

재민이의 전화를 끊고 돌아섰다. 어? 빨간 색연필로 100점이라고 적힌 갱지 한 장이 소파 아래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다행히 구해냈다.

삼천중 2학년 형들이랑 12 월에 있어질 전국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 중인데 제 맘대로 축구공 굴리듯 수학 머리 빙글빙글 돌리며 푼 문제들이 다 정답이었나 보다. 치이.

“ 너, 언제까지 구구단 못 외울 거야? ” 했던 재민이 말에

“ 넌, 언제까지 잘난 척할 거야?. 나 1단은 잘해. 일일은 일, 일이는 이, 일삼은 삼,,,, “

 했던 아홉 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서 경시대회반 선생님과 형아들이랑 축구하고 오늘도 6시가 다 되어 들어온 강기가 언제나 고맙고, 기특하다. 첫째라는 아이란 참.


 강기가 2학년 때였을까. 전시용으로 사 둔 최상위 문제집을 슬쩍 꺼내어,

“ 선샌님, 선샌님, 이 부분 설명해 듀세요. ” 진심 반 강제 반 애교 반 장난 반으로 연출했던 5년 전 그때, 그러길 참 잘했다.

“ 엄마 학생, 이건 말이지. 시각과 시간을 설명한 거예요. 자 보세요. ”

 쿠팡표 손가락 막대기를 탁탁 내리치며 엄마를 가르쳤었지.

“ 아, 그렇구나. 선샌님은 왜 이렇게 설명을 잘해줘요? 근데 이 문제는 어떠케 푼 거에요?  이거 답 맞아요? “

“ 하,, 엄마 학생. 선생님을 무시하네. 이 문제는 보세요. 채민이가 학교에서 할머니 집으로 간 시간을 묻는 문제예요. 알겠어요? 긴 바늘이 9에서 12로 갔죠? 그러니깐 이건 15분 지난 거고, 작은 바늘이 몇 칸 갔어요? 다섯 칸 갔죠? 그러니까 작은 바늘이 한 칸이면 한 시간, 다섯 칸이니까 다섯 시간, 아까 15분 지난 거 더하니까. 뭐예요. 5시간 15.. 아. 분을 안 썼네요. 5시간 15분 걸린 거예요. 됐어요?. ”

 하며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다는 멋쩍은 웃음 보이며 얼른 ‘ 분 ’을 적었더랬지.


‘ 오늘 저녁은 우리 강기가 좋아하는 업진살 곱빼기랑 된장찌개야. 냉동 고추 두 개도 뿐질러서 넣을께. 이따 보자. ’ 혼잣말하며 장 봐온 애들을 하나하나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 띠띠띠띠- 띠리릭 ’

관기가 왔나 보다.

“ 엄~~ 마~~ ” 높은 음자리 솔 톤이다.

“ 관기~~ 야~~ ”

 자꾸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애기 방과 후 영어 마치고 들어오는 발걸음이 씩씩하다.

“ 엄마, 제니퍼 선생님이 나 어디 영어학원 다니냐고 물어봤어. ”

“ 나보고 우리 학교 대표로 형아들이랑 같이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라고 하셨어. 이거 엄마 주래. “

 대전광역시 교육청 주관 영어 말하기 대회 안내문과 신청서 한 장을 꺼낸다.

“ 우와, 그랬구나? 우리 관기 애기 때부터 영어 좋아하더니, 이제는 대회도 나가는 거야? 우와, 브라보. ”


 유튜브 바닷속에서 손가락 하나로 열심히 클릭하며 저랑 맞는 최고의 원어민 선생님을 찾고 찾더니, mix it up 시리즈며, 배고픈 애벌레며, 롤 오버 롤 오버~ 하며 다섯 마리 원숭이가 하나씩 침대에서 떨어지는 그림책들이 만들어낸 ’ 하루 40분 유튜브 ‘ 진짜 아이표 영어 성공 이야기를 지금 내가 쓰고 있다니. 쿠팡표 열 권짜리 워크북으로 알파벳을 쓰고, 읽더니, 요즈음엔 형아가 백날 백번 읽었던 플라이 가이 시리즈를 읽으매, 그리매, 파리 미니어처를 가지고 뭐라콩 뭐라콩 하면서 윙윙 거린다. 마르고 닳도록 보고 그리고 말하고 노래했던 보물들.


 잘 먹고, 잘 자고 거실 테이블 위에서 보낸 한두 시간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두 아이 키우며 차곡차곡 일기 쓰듯 모아진 이야기들이 오늘로써 마무리가 되고 브런치 출판사의 최종 편집만 남았다.  

 “ 꼭, 꾸준히 계속 써주셔서 아이들 책 내주셔야 해요! ”

 브런치 매거진 첫 발행 글에 기대와 응원의 댓글을 달아 주신 슬초브런치 조교님이 편집을 맡아주셨다. 그리고 이은경 선생님 강의 교안 PPT 한 장에 나의 출간 예정 책 소개 한 컷이 올라가 있다는.


기본에 충실했을 뿐인데 공부도 인성도 으뜸이더라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쟁이 발랄맘.

강사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영어도 못하고, 수학은 더 못하고,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것 하나 누구랑 견주기에 부족함 많던 발랄맘의 하루가 자꾸자꾸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 그랬으면. ‘ 했던 일들이 밤하늘에 폭죽 터지듯 팡팡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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