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설렘이 도착점의 만족보다 클 수도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 그런 말 때문일까 더 잊히지 않는 것이 첫사랑일 듯하다. 첫걸음마를 뗀 아기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부모도 마찬가지일 테고 첫 입학식, 첫 직장 등등 그렇게 시작은 설레고 힘차다. 각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첫 발걸음의 무게와 무관하게 각자에게 다가오는 처음이라는 감동의 크기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나에게 오늘은 그렇게 특별한 감동이 있는 날이다.
3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었다. 이후의 다양한 목표들과 꿈이 있긴 하지만 바로 첫 작가의 명칭을 부여받은 오늘이 나중에 그 목표들과 꿈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만큼 크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짬을 내어본다. 매거진, 연재물, 내 이름의 책을 내게 될 큰 꿈에 부풀어 있게 된 한 통의 메일이 오늘 하루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가 산 주식의 가격은 쭉쭉 떨어지고 있지만(뭐 얼마 있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도르핀은 마구 솟아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 감정과 감동과 감격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 저녁을 먹으며 바로 바사삭 무너지며 겸손해졌다. 정여민이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소개해 준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는데 초등학교 때 아픈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 온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하여 나무로 불 때는 집에 살았던 영재 학생이다.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는 문학영재이자 모델지망생! 놀라운 것은 그의 존재보다 그의 글이었다. 꽃, 마음의 온도는 몇도일까요(수필 일부)? 소리가 있는 겨울이라는 시들을 보았는데... 와! 시에서 오는 감동보다 내가 쓴 시에 대한 부끄러움이 먼저 다가와 그 감정을 소재로 '고개 숙인 이삭'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부끄러움 한가득 담아서.
이런 게 감동적인 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주 님에 버금가는 느낌이랄까? 뭐 다른 시인을 잘 알지 못하니 이렇게 비교해보긴 하지만 아무튼 그만큼 감동적이고 훌륭한 시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꼭 권유하고 싶은 시다. 그러면서 바로 설렘과 포부들은 가라앉고 시에 대한 나의 태도 역시 좀 더 진지해졌다. 지금은 청년이지만 그 시를 쓴 사람은 어린이였기에 정말 나이와 경험은 창작, 예술 이런 분야에서는 비례하지 않는구나라는 마음이 확실해졌다.
비록 나의 설렘의 유통기한은 하루였지만 폐기되면서 얻은 또 다른 결심과 마음가짐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한 길로 이끌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다른 내일의 어제보다 나은 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