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으면 넘어가더라
우리 어머님은 애정표현이 많으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과도할 정도로 많이 표현하시는 느낌이 든다. "아들 사랑한다"는 말을 참 많이 하신다. 요즘 비유로 든다면 딱 E성향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밝은 편이라는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아마도 가정주부이기만 하시다가 사회생활을 접하시면서 내재된 성향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본다. 난 아버지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훨씬 외향적이시며 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았을 땐 거의 말씀이 없으시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아직 스스로 외향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난 지극히 내향적이다. 물론 한 때 내가 외향적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지만 결론은 내향적인 것이 아주 아주 맞다. 혼자 있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하고 싶은 일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가끔 인터넷에 그런 질문들을 한 것이 떠오른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등대의 업무를 하는데 1년 연봉이 10억이다. 잠은 등대에서만 자야 하지만 밤 위주로 일을 하는 것이고 딱히 하는 일은 등대를 켜고 끄는 일. 음식은 1달에 한 번 헬기로 갖다주고. 그런 곳에서 살 수 있겠는가? 물론 디테일한 기억은 아니라 조금의 조건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이런 조건에서 당신이라면 1년 동안 그 일을 하겠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쌉 가능!!!"이었다.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신 분들도 많았는데 나 역시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이게 왜 고민이지?라는 오히려 반문을 하고 싶을 만큼 내향적이라고 내 스스로 판단한다. 지금은 끊은 술을 한창 마실 땐 외향적이 되곤 했다.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것은 나의 노력이며, 공무였던 것 같다. 지금도 직장에서 활기차고 밝은 모습으로 비치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나의 노력이며 열심이다. 어쨌든 한쪽의 성향만 완전히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 테니 외향적인 성격도 조금은 갖고 있겠지.
서론이 참 길었지만 아버지와 같은 성향의 내가 어머니의 성향으로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중이라고 간단히 정리해 두고 정말 본론은 지금부터다.
난 교사다. 초등학교 교사. 학생들과 많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공감해 주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점심시간이면 6학년을 맡고 있는 나는 1학년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한다. 사실 모든 학년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전교생이 40명 남짓 학교에서 모두가 한 곳에 모이는 그 시간은 굉장히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난 그중에서도 가장 에너지 넘치는 1학년 아이들에게 자주 소통을 시도한다. 아마도 6학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주 보지 못하는 귀여움들이 그리워서인가보다(쓴웃음).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인사를 하면 1학년 아이들은 눈을 감는다. 아악! 소리 내며 눈이 썩는다고 나를 피한다. 물론 웃으면서 피하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 기분이 아닌 현실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러한 애정표현에 함께 즐기며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인 것이다. 현재의 나 역시 그렇기 때문에 반성과 동시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어머니의 애정표현에 적극적인 리액션도 못하며 예~예 라고 하며 대충 마무리하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1학년 아이들은 나를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하며 부른다. 물론 하트를 날리라는 뜻이다. 그럼 또 눈을 감으며 피하며 소리를 지른다. 여름방학 전까진 그랬다. 그런데 오늘!!! 몇몇 아이들은 함께 하트를 날리기도 했는데 그중 절대 반응하지 않을 것 같던 나머지 친구들도 함께 하트로 대응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찰나의 감동은 아마 학교에서, 아니 온 세상에서 나만 느꼈던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그 감동을 남기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을 보니 좋긴 좋았나 보다. 오늘의 소제목의 이야기가 이제야 나온다. 열 번은 넘었지만 결국 넘어가더라는 귀한 교훈을 몸소 실천해 낸 나에게, 그리고 용기 내어 애정표현을 해 낸 우리 1학년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늘 무뚝뚝한 아들에게 애정표현을 해 주신 어머니께 즐겁게 대꾸하지 못했지만 그 사랑받아 다른 이에게 이렇게 전하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전한 하트를 1학년 아이들이 각 가정에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기를. 그래서 널리 널리 사랑이 퍼지고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며 따뜻함이 눈에 넘쳐나는 사회가 되기를 감히 소망해 본다. 행복한 하루다. 어제의 깨달음과는 달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