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지능이다. 배워야 산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아니 존경했다. 지금은 좋아한다. 존경은 과거에 머물러있다.
무엇이든 다 잘하는 것처럼 보였고 항상 당당했고 큰소리로 상대를 압도했으며 아쉬움 따윈 없는 듯 미련을 두지 않으시는 말투와 행동에 나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모습을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추구하며 살아왔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고 아내에게 한 꾸중을 들은 후 거울치료가 된 지금은 바뀌었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화법은 주로 상대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며 주위의 분위기를 상기시키고 웃음을 유발하는 스타일이다. 요즘 방송과 비교해 보자면 탁재훈 스타일? 탁재훈 님도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이전에 한창 인기가 많았을 때 좀 더 거침없었던 그때와 더 유사하다. 예전에는 그것이 위트이고 재미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웃었고 나 역시 재미있다고 여겼으며 그러한 스타일대로 따라 말하곤 했다.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그 말을 들은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지 절실히 알고 있다. 그 화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어머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웃을 때 우리 어머니는 그 모든 말들에 상처를 받아 계속 쌓여오고 곪아 지금은 아버지의 그런 말들에 전혀 웃지 않으신다. 오히려 부끄러워하신다.
나 역시 그랬다. 친한 후배에게 너무 막 대하는 말과 행동에 아내가 한 마디 했었다. 그 모습이 아버지 같다고. 그때부터였다. 거울치료가 시작된 시기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아내가 훨씬 만족해하였으며 시대 역시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재미있고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인식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딘가에서 봤다. 그것이 인터넷 블로그의 글이었는지, 유튜브 영상이었는지, 인스타 릴스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너무 공감되는 말이었다. 다정함은 지능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와의 대화를 유연하게 이끌어가며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다정함이 필요한데 그 다정함은 상대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며 상대의 말에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의 니즈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그 모든 과정이 무지하다면, 좀 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무식하면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타고난, 즉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온 사람이라면 특별한 지능이 없이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겠지만 이 또한 결국 금수저라고 할 수 있으니 없는 이들에게 다정함을 지닐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배우는 것뿐일 것이다. 그 배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지능. 필자는 똑똑하고 훌륭한 아이큐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단지 그 필요성을 알고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여행이라 단순히 즐기고 재미있게 다녀오자는 생각보단 부모님이 즐거워하셨으면 하는 효도여행의 느낌이 컸다. 그 와중에 별 의미 있는 말도 아니었을 텐데 무심히 던진 아버지의 말에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다. 욱 하며 올라오는 마음이 생길 만큼 말이다. 당신께서는 그 말들이 상처가 되는지도 모르실 수 있겠다. 항상 그에 대한 뒷담화(?)는 어머니와 아내와 셋 만 나누게 되니 말이다. 더욱 그렇게 되어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거나 다른 이의 의견에 수긍하며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지 않는 아버지의 태도 때문도 있을 것이요. 그렇게 더욱 고립되어 가며 집에서 홀로 백수생활을 즐기시는 아버지가 더욱 다른 이의 의견을 들을 기회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지적? 조언?들을 하지 못한다. 뭔가를 알려드리면 너나 해라, 난 필요 없다 등등의 자기 합리화와 직설적 거부의 말들을 이어나가시기에 더욱 대화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결국 상처를 받는 건 나이기에 그 상처가 두려워 말을 걸게 되는 것이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매일 읽는 하늘양식의 주제는 용서와 자비를 베풀어라였다. 나의 늘어난 다정함 들도 배움에서 시작되었듯이 아버지에게도 그런 배움을 받아들일 마음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나에게 주는 상처의 말들을 용서하며 더욱 다가가는 아들이 되어야겠고 말이다. 아버지에 대한 다정함도 지금 배워가는 중이다. 내 지능이 굳어져 가는 것은 막아야 할 테니 더더욱 다가가 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