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깨달음(20250921일)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바꿀 수 있다

by 대통령의스승

벌초를 하고 왔다.

참 오랜만에 예초기를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오후 예배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레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엔 전화하신 적이 없던 터라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벌초를 하러 가자신다.

9월이 되면 벌초를 하곤 했다. 나의 조부모님 산소, 처가댁 산소 벌초를 하는 시기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바로 들이닥칠 소식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의 MBTI는 ISFJ. 마지막 J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난 계획적인데...

지금의 연락은 전혀 계획에 없던 바라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의 요청? 아니 부탁? 음... 명령은 아니지만 이 연락을 거절할 순 없다.

자식 된 도리이자 믿음의 자녀로서 해야 할 나의 책무이기 때문이라도 해두자.

무튼 취소할 수 없는 이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사실 짜증은 계속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직장에 있던 작업화를 가지고 왔을 텐데.

(필자는 신발을 매우 아낀다. 상황별, 요일별, 옷차림별로 신는 신발이 다르다.

좋은 신발은 아니지만 신발 자체에 많은 집착을 지니고 있는 편이다.)

옷은 당연히 전투복이다. 1년에 한 번 입는 이 날을 위해서라도 버릴 수 없는.

일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아! 다음 주엔 아내와 캠핑을 가려고 했다. 그럼 다음 주엔 벌초를 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오늘 하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다. 편안하게 다음 주말을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이런 마음으로 출발하니 짜증도 어느새 달아나버렸다.

집에 와 옷을 갈아입고 출발하려고 하며 신발을 고민했다.

어? 등산화가 있었다. 작업화로 쓸 만한 신발이 없다고 생각했다.

신발을 아끼는 나는 여러 신발을 돌려 신으며 특히 비 오는 날 신는 신발은 따로 있다.

그런데 벌초를 할 때 신을 만한 신발은 깨끗한 워커, 한 번 밖에 신지 않은 워커뿐이었다.

그래도 발 다치는 것보단 낫지, 이 신발은 아주 싸게 싼 터라 만약 망가지거나 너무 더러워진다면

새로 하나 더 사지 뭐!라는 마음으로 신발을 고르는데 등산화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럭키비키!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의 고민들은 이제 다 사라졌다.

차를 타고 10여분 달려 아버지를 만났고 1시간 정도 미리 작업해 두신 아버지를 뒤에 두고 1시간 반 정도

예초 작업을 했다. 아버지보다 조금 더 한 셈이니 체면은 치렀다.

내가 돌봐드려야 하고 알려드려야 하는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세상과 조금은 멀어지셔서 알려드릴 것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인데 나는 아직 어렸다.

그 와중에도 뭔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약간 무리한 듯하다.

쉼 없이 돌리던 왼쪽 팔이 후들후들 거려 목표치에 약간 미치지 못하게 마무리하였다.

그래도 어쨌든 잘 마무리하고 씻고 부모님과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오늘 하루는 전혀 계획에 없던 피로한 하루였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은 뒤엔 훨씬 기분 좋고 뿌듯한 하루가 되었다.

앞으로의 일상들도 오늘을 교훈 삼아 삶의 중심이 되는 나의 마음을 다잡길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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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귀복"작가님의 글을 읽고 3가지 강조하신 부분에 대해 나를 되돌아보며 작문 스타일을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써야 한다고 하시며 나를 위한 글은 일기라고 하신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적어도 나 혼자 볼 글이 아니라면 조금 더, 단 한 분이라도 읽기 편한 글을 써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지식, 재미, 감동을 선사해야 될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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