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 말에 공감 한 번 해주라.

by 민정애

토요일 손자 지환이 축구시합이 있어 학교에 갔다.

동생 민주도 함께 갔는데 그날 아들 내외는 볼 일이 있어 축구시합을 끝까지 못 보니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다. 나는 민주를 데리고 집에 일찍 오기로 해서 간 것인데 민주는 오빠가 끝날 때까지 있다가 할아버지랑 같이 오겠단다. 할머니를 안 따라오겠다고 하는 손녀 민주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어 ‘잘해줘도 아무 소용없어’라고 혼잣말을 했더니 그 말을 들은 아들이 ‘엄마는, 민주가 친구들도 학교에 있으니 더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잘해줘도 아무 소용없다’는 그런 옛날 어른 같은 말을 하느냐’고 정색을 하며 나를 나무란다. 나는 또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들이 야속해진다. 이런 때 아들이 ‘그러게 말이야 엄마 서운 하겠다.’ 이렇게 엄마 마음 알아주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다. 큰며느리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고 나와 아들이 뒤에서 걷는데 며느리의 걸음걸이가 팔자걸음이었다. 팔자걸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들에게 며느리 걸음걸이 좀 교정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한다. ‘엄마,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세요.’라고 잘라 말했었다. 그때도 ‘그러게 엄마, 걸음걸이 교정해야겠지.’라고 엄마 말에 공감해 줬더라면 내가 그 서운했던 기억을 오늘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을 텐데. 오늘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호흡 한 번하고 잠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아들의 말대로 그저 친구들하고 더 놀고 싶은 마음에서 할머니 마음 헤아리지 못하는 아직 어린 손녀에게 섭섭하고 엄마 말에 반박하는 아들이 더 섭섭한 것은 아직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나의 비좁은 마음 때문이리라 생각하니 섭섭할 것도 없고 야속할 것도 없다. 파란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며 17세기 어느 수녀의 기도를 떠 올려 본다.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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