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잇몸이 말썽이다. 살살 달래고 얼러 보았지만 더 이상은 못 견딘단다.
오래전 어금니 세 개를 해 넣었는데 잇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 그 이 세 개를 뽑고 잇몸을 치료한 다음 틀니를 넣기로 의사와 합의했다. 틀니보다 편리하다는 임플란트도 내 잇몸으로는 견딜 수가 없단다.
이를 뽑고 솜을 문채로 침대에 누었다.
틀니라니... 젊었을 때부터 잇몸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외국에 사는 큰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언제나 상냥한 며느리는 “어머니, 틀니 하신다고 우울해하지 마시고 힘드셔도 치료 잘 받으시고 힘내세요. 사랑해요 뽀뽀”라는 문자로 나를 위로한다.
이번에는 캐나다에 있는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나 요즘 우울해.”
“무슨 일 있어 왜?”
“나 틀니 해야 한데. 위로 좀 해줘”
“너도 드디어 늙는구나,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그리고 너를 위로해줄 사람은 너 자신밖에 없다는 거 명심해.”
역시 외국인다운 냉정한 대답이지만 맞는 말이다. 누가 말로 위로해준 들 불편한 내 이가 편해질 리 없으니 내가 잘 달래며 살아가야겠지.
이번에는 혼자 시골에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나 틀니 해야 한데요,”
“틀니를 하든 뭐를 하든 엄마보다 오래만 살아, 나 보다 먼저 가지만 말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몇 년 전 내가 심장 수술을 받으며 부모님께 큰 불효를 했다. 그때 얼마나 놀라셨으면 내가 전화할 때마다. 나보다 먼저 가면 안 된다는 말씀을 습관처럼 하신다.
그런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혼자 계신 어머니 찾아뵙는 것조차 핑계가 많으니 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인가. 참으로 부끄럽고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인간이다.
물론 친구 말대로 나를 위로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지만 그래도 전화할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아직 친정엄마가 생존해 계신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 모두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다짐하며 눈물을 닦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이런 때 피아노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가 된다. 좋은 친구 사귀어 놓길 참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