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와 2박 3일(2)

by 민정애

영동 고속도로를 달린다.

우리 부부가 친정 엄마를 모시고 강원도로 여행 가는 길이다. 차창 밖으로는 10월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들이 산등성이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가을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다 문득 뒷자리에 있는 엄마를 생각한다. 94세, 인지장애가 시작된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엄마의 옆자리에 아버지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비어있는 엄마의 옆자리를 보니 친정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아버지는 내가 큰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을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병상에 누워있었으니 이런 불효를 어찌할꼬. 갑자기 울컥, 코끝이 찡해온다.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 이렇게 나오니 기분 좋지?

‘응.’ 엄마의 대답은 단답형이다.

평일이라 고속도로도 한산해 목적지인 삼척에 있는 리조트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리조트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온다. 발코니 가득 짙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수평선 위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넘실댄다. 여행에 있어 바다는 언제나 정답이다. 짐을 풀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해변 위 언덕에 자리 잡은 리조트는 부대시설도 좋지만 해변가로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해의 푸른 바다, 넘실대는 파도, 파도의 거센 물보라를 묵묵히 견디는 바위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 모두 경이롭다. 저녁을 먹고 엄마와 사우나에 갔다.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친정에 갈 때마다 우리는 부모님 모시고 대중목욕탕에 갔다. 남편은 장인과 함께 남탕으로 나는 엄마와 같이 여탕으로. 장인어른과 목욕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인데 남편은 기꺼이 그 일을 했다.

목욕하고 나올 때마다 엄마는 ‘너희는 우리에게 충분히 효도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10여 년을 동생네 집에 계셨으니 이번 사우나 같이 가는 것도 10여 년 만이다.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한 엄마를 조심히 모시고 탕 안에 들어갔다. 엄마, 시원하지? 엄마는 ‘응’ 하며 웃으신다. 엄마는 웃는데 나는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터진다. 엄마의 늙은 육체에 고스란히 새겨진 고단했던 삶의 흔적, 희미해져 가는 정신, 혹시 이번이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며 터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엄마 앞에서 눈물을 감추려 계속 세수를 한다.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 창밖으로 시선을 보낸다.

‘엄마, 여기서 바다가 보이네, 파도치는 거 보이지,’

엄마와 나란히 어둑해진 바다를 보며 한참을 탕 안에서 서로를 보듬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도 나는 이번 여행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 같다. 이튼 날 삼척 관광에 나섰다. 우선 초곡항의 해변길 해안 절벽을 이어 만들어 놓은 출렁다리는 밑이 유리로 되어있어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엄마도 휠체어에 앉아 신기해하신다. 둘레길을 걸으며 오랫동안 파도가 만들어 놓은 촛대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 기암괴석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다음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장호항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본다. 그다음 임원항에서 맛있는 모둠회를 먹고 삼척시내에 있는 죽서루로 향한다. 죽서루는 자연석 위에 길이가 서로 다른 17개의 기둥을 세워 지은 정자로 관동팔경 중 하나이다. 시내에 있어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도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리조트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엄마도 피곤하신지 잘 주무신다. 2박 3일의 마지막 날이다. 조식을 먹고 산토리니 광장을 둘러본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을 모티브로 만들어 놓았다. 파란 돔 지붕이 하얀 외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3년 전 남편의 7 순 기념 여행으로 지중해 크루즈 여행길에 그리스의 산토리니에 갔었다. 화산이 폭발해 절벽이 된 가파른 언덕 위에 하얗게 색칠된 집들이 들어선 좁은 골목을 지나다 보면 파란 돔 지붕의 교회당이 꽃잎처럼 나타난다. 에게해의 많은 섬들 중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전 세계의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강원도에서 만난 산토리니는 어쩐지 어색하다. 남의 것 모방보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곳 산토리니 광장도 나름 괜찮았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보다 운치는 없지만.

체크 아웃을 하고 평창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보고 마침 5일 장날이라 시골 장 구경을 하고 평창에서 유명한 전통 메밀 막국수(들기름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갓김치와 버무려진)를 먹고 집으로 향한다.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이번 여행 재밌었지?’

‘응’

‘뭐가 제일 좋았어?’

‘몰라’

‘엄마, 우리 어디 갔다 오는 거지?’

‘몰라, 자꾸 물어보지 마. ’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시나 보다.

‘알았어, 안 물어볼게. 생각나면 알려줘.’

한참을 무심히 창밖을 보던 엄마가 입을 연다.

‘너하고 목욕했었지.’

‘맞았어, 엄마 기억력 좋네 우리 엄마 아직 치매 아니야.’

엄마가 멋쩍게 웃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길에 열심히 장모의 휠체어를 차에 오르고 내리고 밀어준 늙었지만 멋진 나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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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솔비치 산토리니 광장

KakaoTalk_20221020_233029755.jpg 삼척 솔비치 산토리니 광장


KakaoTalk_20221013_095952315_19.jpg 삼척 솔비치 산토리니

KakaoTalk_20200716_225518109_01.jpg 진짜 그리스 산토리니
KakaoTalk_20200716_225233983_12.jpg 진짜 그리스 산토리니
KakaoTalk_20200716_225233983_27.jpg 진짜 그리스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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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초곡항의 촛대바위

KakaoTalk_20221013_095923148_25.jpg 촛대바위 둘레길
KakaoTalk_20221020_233029755_07.jpg 삼척의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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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솔비치 산토리니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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